이제 몸을 챙깁니다
맛집을 쫓아다니고 몸에 좋다는 음식을 맹목적으로 챙겨 먹는 것과 편의점 도시락,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우는 것의 양극단 사이에서 줏대 있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할 것을 권한다.
일본의 유명 식문화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음식에 관해 '현혹되기 쉬운 말'을 경계한다. 가령 한국에서도 널리 쓰이는 '신토불이'라는 말은 원래 불교 용어였던 것을 일본의 전통적인 식생활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1907년 식품영양학자가 차용한 말이다. "예로부터 먹어온 배추절임과 같은 전통식을 먹자"는 말과 함께 '신토불이'라는 말이 거론되는데, 배추는 20세기 초가 돼서야 일본인들이 널리 먹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말은 엉터리다.
쌀밥을 먹는 건 일본식이고 빵과 버터를 먹는 건 서구식이라는 관념도 저자는 거부한다. 분식 요리는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서민들의 의지와 힘이 반영돼 있다. 2차 대전 후 일본에서 발간된 요리 잡지를 보면 고구마, 도토리, 뽕잎, 해초류 등으로 가루를 만들어 쓴 요리가 나오며 이런 요리법이 점차 오코노미야키와 다코야키 등으로 발전했다.
현대적인 운송수단이 나오기 전에 일본에서 생선회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은 기껏해야 해안선에서 3㎞ 이내에 살던 사람들뿐이었으므로 생선회를 일본의 전통음식으로 내세우는 것은 잘못이다.
저자는 편의점 즉석식품에 의존하는 경향에 대해서도 "지금 일본이 전쟁 중인 것도 아닌데 왜 전쟁 때 군대식과 같은 것을 먹어야 하나"라고 비판한다. 이런 것보다는 차라리 편의점 코너에 진열된 건과일, 다시마, 참깨 같은 저렴하고도 영양이 풍부한 식자재에 관심을 가질 것을 조언한다.
글항아리. 280쪽. 1만6천원.
▲ 카스테라와 카스텔라 사이 = 고영 지음.
고전문학 전공자에서 요리 연구가로 변신한 저자가 음식과 미각에 깃든 문화와 역사, 특히 최근 100년 사이의 현대의 충격과 함께 음식문화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탐구한 기록이다.
저자는 음식을 둘러싼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시대에 '줏대 있게' 밥 한 끼를 먹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신도 음식문화사 탐구를 위해 옛 조리서는 물론 각종 증언 기록과 소설, 시, 신문·잡지 기사, 영화, 광고 등 다양한 문헌과 매체에 파고든다.
이런 자료들을 들어 음식에 얽힌 속설들의 빈약한 근거와 비논리를 질타하는 저자의 펜 끝은 매섭다. 민어가 복날 음식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뭔가 '복날 이야깃거리'를 찾아 헤매던 대중매체의 억지를 대중이 추종한 결과일 뿐이다.
한식 세계화는 "최악"이라고 혹평한다. 저자는 "권력자들의 그릇된 욕망에서 시작돼 그들의 자기 홍보에 그친 한식 세계화 사업은 실로 '서구 백인에게 아첨하는 짓'에 불과했다"고 비판한다.
제목에 등장하는 '카스테라와 카스텔라'는 다른 나라의 음식을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훌륭하게 만들어내는 일의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든 사례다. 16세기 일본 나가사키에서 당시 입수 가능했던 장비와 재료를 동원해 만든 '카스테라'는 기원이 된 이베리아의 '카스텔라'에 못지않은 풍미와 개성을 지닌 독창적 음식으로 재탄생했다는 설명이다.
포도밭. 276쪽. 1만5천원.
▲ = 문요한 지음.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몸을 돌보는 것이 마음을 돌보고 삶을 돌보는 가장 근본적이고 빠른 길임을 이야기한다.
몸을 자각하면 굳어버린 뇌와 의식이 깨어나는 이유와 자세, 수면, 음식 먹기 등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결과를 통해 보여주며 폭식증, 자해 등 몸으로 드러나는 증상 이면의 심리적인 요인들을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짚어준다.
저자는 무엇보다 움직임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스스로 몸에 활력을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섬세하게 몸을 자각하는 '바디 스캔', 안정된 자세로 마음을 돌보는 '그라운딩', 운동보다 열량 소모가 더 많은 의식적 일상 활동 '니트' 등 효과가 검증된 방법을 소개한다.
몸과 마음을 통합하고 연결하는 방법으로 '바디풀니스(bodyfullness)'를 제시한다. 이는 '몸챙김'이라는 뜻으로 주의, 자각, 인지 요소가 모두 포함된다. 먼저 몸의 감각에 관심을 집중하고 신체감각을 느끼고 난 뒤 그 감각의 신호와 의미를 이해하는 전체적인 과정을 의미한다. 요가와 명상도 일종의 '몸챙김'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정신과의원을 운영하다 안식년 여행을 통해 몸의 감각이 깨어난 이후 몸으로 주된 관심을 돌렸으며 현재 심리학적 관점에서 몸을 공부하면서 몸과 마음의 통합을 위한 '치유 걷기'와 '몸챙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부록에는 2주간 훈련으로 몸챙김의 효과를 느낄 수 있는 열 가지 실천 지침을 실었다.
해냄. 316쪽. 1만6천원.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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