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대표 병원 이송 후 신보라·정미경 단식 이어받아
나경원, 의총서 “끝나지 않았다”…‘집단 단식’ 거론
황 대표는 단식 8일째였던 지난 27일 밤 의식을 잃은 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다. 황 대표는 이날 건강은 회복했지만 여전히 식사는 하지 않고 있으며, 청와대 인근에 차린 농성장으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이라고 측근들은 전했다.
황 대표가 이송되자 지도부의 ‘동조 단식’이 시작됐다. 정미경·신보라 최고위원은 황 대표의 단식농성 장소였던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천막에서 이날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정 최고위원은 KBS 라디오에서 “지도부로서 ‘선거법 개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철회’라는 황 대표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신 최고위원과 함께 단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 최고위원도 입장문을 통해 “이제는 내가 황교안이다. 우리가 황교안”이라며 청와대를 향해 “공수처법,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황 대표의 단식은 끝나지 않았다. 오늘부터 한국당이 단식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또 다른 황교안이 나타날 것”이라며 의원들의 추가 단식을 예고했다. 의원들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이에 동조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경욱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제 남은 싸움은 우리에게 맡겨달라. 우리가 목숨 걸 차례”라고 적었다.
한국당이 집단 단식 움직임까지 선택지에 올리면서 패스트트랙 협상 국면이 더욱 꼬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협상 처리 가능성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황 대표 단식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실제 여야 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터다. 이런 상황에 의원들의 동조 단식 대열이 늘어날수록 협상 타결 여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한국당 내부에서도 협상론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공수처 설치 법안은 내주더라도 선거제 개정안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총에서 “공수처가 나라에 끼치는 해악이 1이라면, 선거제 개정안은 1000”이라며 “공수처는 우리가 집권하면 고칠 수도 있지만, 선거제 개정안은 그럴 수 없다. 공수처를 내주더라도 선거제 개정안은 막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 설치는 협상하더라도 선거제 개정안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은 홍준표 전 대표도 황 대표 단식 장소를 찾아 제안했던 내용이다. 차기 원내대표 출마를 고려 중인 강석호 의원도 협상론을 제기한 바 있다. 거대 양당이 막판에 ‘주고받기’식으로 법안 처리를 극적 합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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