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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조국發 정시 확대’… 또 땜질 처방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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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지계 교육정책’ 비판론/ 교육부, 서울소재 16개 대학/ 정시 40% 이상으로 늘리기로/ 中2부터 비교과 대입 미반영/ 교사추천서 2022학년도 폐지/ “정시파·학종파 무마 미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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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 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년대계’라는 교육 정책이 온 국민의 관심사인 입시 앞에서 또 체면을 구겼다. 조국 사태의 후폭풍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지시하면서 대국민 공론화를 거친 지 1년여 만에 대입제도가 다시 땜질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과 논술위주전형 모집인원이 전체의 45% 이상으로 높은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대해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 정시 전형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내용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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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교육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한 28일 정시확대추진학부모모임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교육부의 정시 40% 확대 방안을 규탄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현재 중3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입에서 이들 16개 대학 정시모집 선발 인원이 2만명 이상으로 늘어난다. 현 고2가 치를 2021학년도보다는 5600여명 증가하는 셈이다. 교육부는 정시확대와 함께 논술고사에 기반을 둔 전형이나 어학·글로벌 등 특기자 전형 폐지도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중2가 치르는 2024학년도 입시부터는 정규교육과정 외 수상경력, 개인 봉사활동실적, 자율동아리, 독서 등의 활동을 적는 비교과 활동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같은 해 학생부 자기소개서도 폐지된다. 교사추천서는 지난해 발표된 것처럼 2022학년도부터 없어진다. 아울러 저소득층·장애인 등 사회적배려대상자의 고등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가칭 사회통합전형도 신설해 법제화한다. 사회적배려대상자 선발을 10% 이상 의무화한다. 교육부의 이날 발표는 정시확대파와 학종파의 주장을 버무린 ‘미봉책’이라는 비판이다. 진보와 보수 교육계 모두 이번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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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통해 “토론과 협력의 학교 문화를 만들어온 소중한 노력을 무위로 돌리는 퇴행적 결정”이라고 꼬집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조국 자녀의 입시 부정과 도덕성 문제는 도외시한 채, 대입제도만 정권과 그 지지세력이 하고 싶은 대로 뒤바꾸고 밀어붙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들 사이에 정시확대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상황에서 ‘정시 50%’를 당론으로 채택한 자유한국당에 맞서 여권이 마지못해 내놓은 카드라는 분석이다. 정시확대는 사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수능의 변별력을 낮추는 ‘수능 절대평가화’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런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추진된 교육 당국의 일관성 없는 대입 정책도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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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는 2년 반 동안 총 3차례 대입제도개편을 추진했다. 수능 절대평가 확대부터 초유의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이번 갑작스러운 정시모집 확대까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문제는 이번 정책도 2028학년도 새로운 수능 체계까지 한시적이라는 점이다. 김규태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도 “교육부가 수능과 학종이 균형을 유지하도록 관리해야 했으나 그 부분을 크게 놓쳤다”고 고개를 숙였을 정도다. 오락가락 정책으로 인한 혼란과 고통은 오롯이 학생과 학부모, 현장 교사들 몫이다. 교총은 “지금도 고1~고3 학년은 서로 다른 대학입시 제도를 적용받아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한탄이 나온다”며 “대학입시라는 교육의 큰 틀은 쉽게 바꿀 수 없도록 법률로 명시해 제도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천종 기자, 이동수 기자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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