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7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 천막에서 8일째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를 만나기 위해 천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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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이 오는 것도 아닌데 왜 길을 넓히냐!”, “심상정은 물러나라!”
27일 오후 1시 30분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중인 천막 앞에서 지지자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30분 전만 해도 80여명 정도였던 사람들은 그 사이 300여 명까지 늘어났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황 대표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나온 후다.
찬송가가 울려 퍼지던 주변 분위기도 갑자기 얼어붙었다. 심 대표가 도착하기 10분 전 경찰이 폴리스 라인을 만들자 지지자들은 “어딜 오냐” “당장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이후 1시 58분 심 대표가 여영국 정의당 의원과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심 대표를 향해 몰려들었고 경찰이 설치한 1차 폴리스 라인과 2차 프레스 라인까지 무너지며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심 대표는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황 대표가 있는 텐트 쪽으로 이동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7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 천막에서 8일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만난 뒤 천막을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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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텐트 안으로 곧장 들어가지 않고 김도읍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과 박대출ㆍ강효상 의원과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김도읍 실장이 심 대표에게 ‘인간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아무리 우리나라 정치가 수준 이하로 떨어졌어도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느냐’며 제1 야당 대표가 목숨 건 단식을 하는데 비하ㆍ조롱ㆍ멸시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말했다”고 했다. 강 의원도 “심 대표께 ‘비판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비판하되 조롱이나 폄하를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텐트 안으로 들어간 심 대표는 1분 정도가 흐른 뒤 나왔다. 전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3분 정도 머문 것과 비교해도 짧은 시간이었다. 심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의 얼굴만 뵙고 나왔다. 기력이 없으셔서 주무시는 것 같다”면서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단식으로 고생하고 있기 때문에 찾아보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서 왔다. 정치보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7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 천막에서 8일째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를 만나고 발언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2019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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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의 단식을 ‘황제 단식’이라고 비판했던 것에 대해선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찾아뵙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반복하며 즉답을 피했다. 심 대표는 전날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황 대표가) 청와대 농성장에 간이 천막을 넘어 몽골 텐트를 쳤다”며 “제1 야당 대표라고 해서 법을 무시한 황제 단식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 황 대표는 텐트 철거 요청을 즉각 수용하기 바란다”고 말했었다.
심 대표는 짧은 방문을 마치고 텐트 뒤쪽으로 이동해 현장을 빠져나갔다. 심 대표가 빠질 때쯤 황 대표 지지자로 보이는 한 여성이 119 구급대에 실려 나가기도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7일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 천막에서 8일째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를 만나고 뒤쪽 통로로 빠져나가고 있다. 우상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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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오후 5시 30분쯤엔 원희룡 제주지사가 황 대표를 찾았다. 원 지사는 황 대표를 만난 후 이어진 백 브리핑에서 “대표가 말을 못하는 상태다. 국민의 한 사람이자 야당에 몸 담았던 사람으로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이왕 시작한 단식이니 그 뜻을 국민에게 알리고 승리하는 단식이 돼 기력을 회복하시고 특히 야권 쇄신에 힘을 발휘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원 지사가 텐트 안에 있는 사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들렀지만 잠시 기다리다 황 대표를 만나지 않은 채 발걸음을 돌렸다. 박 전 이사장은 “얼마 전 10월 26일에 열린 국립 현충원 추도식(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0주기) 때 황 대표가 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왔다”면서 “지금 굉장히 위독한 상태라 들어서 마음만 전달하고 가겠다”고 했다. 그러곤 자리를 뜨는 듯하다가 다시 돌아와 황 대표가 단식하는 이유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 때 있던 특별감찰관 제도를 활용하면 되는데 아직도 공석으로 비어있다. 좋은 제도는 정권이 바뀌어도 연속성 있게 유지하면 좋을 것”이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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