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의원은 이날 오전 8시 50분 지상욱 의원과 함께 청와대 사랑채 옆에 있는 황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찾았다. 현장에 도착해 텐트에 들어가기 전, 잠시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 김명연 수석대변인, 이진복‧박덕흠‧김상훈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두 사람은 텐트 안에 누워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던 황 대표와 비공개로 대화를 나눴다.
3분가량 짧게 대화한 후 텐트 밖으로 나온 유 의원은 황 대표의 참모들과 다시 대화를 나눴다. 황 대표의 건강 상태 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가 기력이 많이 떨어지신 거 같다. 건강을 너무 해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단식을 중단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황 대표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철회를 목표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유 의원도 “선거법이나 공수처법에 대해선 어차피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힘을 합쳐서 최선을 다해 막아봐야 하는 거니까, 국회에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하겠다)”고 했다. 이어 “(황 대표가)마스크 벗고 말씀하시려는 걸 벗지 말라고 했다. (황 대표는 와 줘서)고맙다고 했다”고 전했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보수통합 등에 대해선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했다.
26일 오전 7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청와대 앞 농성장을 찾은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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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이 황 대표를 방문하는 동안, 일부 지지자들은 경찰이 쳐 놓은 폴리스 라인 밖에서 유 의원을 향해 “국민들 앞에 사과하라. 유승민은 나가라”고 외쳤다. 반면 일부 지지자들은 “자유민주주의가 된 다음에 싸우라. 하나가 돼라”고 외치기도 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6일 유 의원을 직접 언급하면서 “보수 대통합을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곧 통합추진단 구성, 두 사람 간 통화 유출 논란 등을 겪으며 통합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 유 의원이 포함된 변혁은 연내 바른미래당 탈당 후 신당 창당을 목표로 창당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날 두 사람의 만남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다. 두 사람은 공식행사를 제외하곤 이날 사실상 처음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는 유 의원의 방문 사실을 도착 30분 전에 알았다고 한다.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이 이 사실을 전달했다. 다만 황 대표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특별한 대화가 오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황 대표 측의 설명이다. 이진복 의원은 “황 대표가 계속 몽롱한 상태다. 사람을 알아보기도, 못 알아보기도 한다”며 “유 의원도 참모들에게 황 대표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글·영상=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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