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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여야 협상 꽉 막혀 있는데… 황교안 단식 더 길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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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천막 불가한 지역” 철거 요청… 한국당 “文대통령 뜻이냐” 반발
한국일보

엿새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5일 청와대 분수대 앞 단식 천막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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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단식 엿새째를 맞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와대 앞 텐트에 종일 누워있을 정도로 체력이 떨어졌음에도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라며 투쟁 의지를 다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황 대표의 농성장을 찾아 단식을 멈추고 협상테이블로 나와달라고 요청했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협상이 꽉 막힌 상태라 황 대표의 단식투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포기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촉구하며 20일부터 곡기를 끊은 황 대표는 이날 텐트 안에만 머물며 대화도 거의 하지 못할 만큼 건강이 악화한 모습이었다. 황 대표는 불과 몇 걸음 앞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한 채 페이스북을 통해서만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오전 올린 글에서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 저와 저희 당의 부족함을 깨닫게 한다”며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 자유와 민주와 정의가 비로소 살아 숨 쉴 미래를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날부터 급격히 기력이 쇠했다는 소식에 황 대표의 농성장은 위로 방문이 종일 이어졌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처음으로 황 대표를 찾았다. 두 대표는 텐트 안에서 악수한 뒤 짧게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황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대화를 하자고 했다. 나와 협상을 하자고 했다”며 “(답변은) 황 대표의 목소리가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굉장히 기력이 빠져 있어서 거의 말씀을 못 한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제자였던 이언주 무소속 의원의 만류에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 이 의원은 텐트를 찾아 황 대표에게 “몸이 건강해야 싸울 수 있다. 병원에 가셔야 한다”고 했으나, 황 대표는 “정신은 또렷하다. 아직까지 건강하니 걱정하지 마라”라고 답했다고 한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역시 이날 황 대표를 찾았다. 그는 “겨울이기 때문에 여름이나 봄ㆍ가을에 단식하는 것보다 몇 배로 힘들 것이다. 더 이상 단식하긴 좀 무리지 않느냐”고 황 대표를 만류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공수처 법안,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 그것을 민주당과 협의해서 통과시켜주자”고 제안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과 관련해선 “민의에 반하는 제도다. 만약 그것까지 강행 처리하면 우리는 총선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후에는 청와대가 한국당 측에 텐트를 자진 철거해달라고 요청해 논란이 일었다. 당초 국회와 청와대 앞을 오가며 농성을 하던 황 대표는 22일부터 청와대 앞 텐트에서만 기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분수대 광장은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이다.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 철거해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문자를 보냈다고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이 전했다. 김 실장은 “제1야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는데 거기에 대한 화답은 없고 대표가 바람막이로 사용하는 천막을 철거하라는 것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 묻고 싶다”며 “대통령의 뜻이라면 저희에게 확인시켜주기 바란다”고 반발했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의 단식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야 4당이 어렵게 성사시킨 패스트트랙을 포기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단식을 풀지 않겠다는 황 대표의 뜻도 워낙 확고해서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이는 내달 3일까지 단식투쟁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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