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고마운 동반자" 종교 색채 묻어나는 황교안 정치언어…단식 정치 지도력 회복 계기, 12월 패트 정국이 변수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고통은 고마운 동반자이다. 육신의 고통을 통해 나라의 고통을 떠올린다." 25일로 단식 엿새째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황 대표의 언어는 일반적인 정치인들과는 다르다.
단어 표현에 종교적인 색채가 묻어난다. 황 대표는 "간밤 성난 비바람이 차가운 어둠을 두드린다"면서 "이 추위도 언젠가는 끝이 나겠지요"라고 말했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에게 정치는 또 하나의 소명(召命)인지도 모른다. 기존의 여의도 정치 문법으로는 그의 언행을 100% 해석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 1월15일 정계에 입문한 황 대표는 불과 10개월 만에 삭발과 단식을 동시에 경험한 제1야당 대표가 됐다. 황 대표가 단식 요구조건으로 내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철회와 선거제 개편안 철회를 여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황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명분을 찾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천막에서 엿새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있는 황교안 대표를 찾아 안부를 묻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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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대표는 단식 초반 '출퇴근 단식', '황제 단식' 논란에 휩싸이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황 대표는 건강을 염려하는 당 안팎 인사들의 만류에도 단식 이행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황 대표의 단식 정치는 복합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12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정국에서 원외 대표인 그의 존재감은 약화할 수 있었지만 단식 정치를 토대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단식을 통해 제1야당 대표의 결기를 보이자 지도력에도 힘이 붙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세연 한국당 의원 등 쇄신론을 주장했던 이들도 황 대표 단식장을 방문해 힘을 실었다. 황 대표 거취 논란도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황 대표가 단식을 쉽게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황 대표는 권력 의지가 대단히 강한 인물"이라며 "독실한 크리스천에 공안 검사 출신이라는 점도 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본인이 옳다고 믿는 일에 대해서는 의지력이 남다를 것이란 진단이다.
12월 정국이 심상치 않다는 점은 황 대표에게 부담 요인이다. 국회 의석 구조도 한국당에 불리하다. 한국당 반대와 무관하게 선거제 개편과 검찰개혁 법안이 차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황 대표도 무한정 단식을 이어가기는 어렵다.
건강 문제 때문에 단식을 중단할 상황에 놓이게 될 경우를 고려한 착점(着點)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는 얘기다. 공천을 둘러싼 한국당 갈등의 불씨는 잠복해있는 것이지 완전히 꺼진 게 아니기 때문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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