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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이슈 미술의 세계

프랑스 사로잡은 한국문화…150년 전 자포니즘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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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예르 파리 퐁피두센터 홍보국장 "요즘 프랑스 젊은층 선택은 한국"

전해웅 문화원장 "국가선호도 일본 넘어서도록 노력할 때"

(파리=연합뉴스) 이웅 기자 = 1886년 조불(朝佛)수호통상조약 이후 130년 이상 지속한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우호 관계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100년이 넘도록 한국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1980년 프랑스 파리에 유럽 최초의 한국문화원을 열고 정부 주도로 문화교류에 나섰으나 현지인들의 주목을 받기까지는 한참이 더 걸렸다.

에펠탑 맞은편 트로카데로 광장 인근 건물 지하실에 마련한 한국문화원은 비좁은 데다 비가 샐 만큼 시설이 열악했다. 규모가 10배나 큰 파리 일본문화원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연합뉴스

황금종려상 수상한 봉준호 감독
(칸[프랑스] EPA=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이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 폐막식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인사하고 있다. 2019.5.26 photo@yna.co.kr



프랑스인들에게 대중적으로 한국문화를 알리기 시작한 건 1993년 한불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 국립근대미술관인 퐁피두센터에서 3개월간 85편의 한국 영화를 소개하는 회고전을 열면서다.

프랑스 공공기관에서 한국문화를 대대적으로 알린 첫 행사였다. 이후 한국 영화가 프랑스 영화계의 관심을 끌면서 한국 영화 애호층이 생겨났는데, 프랑스인들을 사로잡은 첫 한류 콘텐츠라 할 수 있다.

그러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 전통문화, 출판 등으로 관심이 넓어졌으며, 2010년대 들어 K팝과 한국 TV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프랑스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국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1년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에프엑스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K팝 그룹이 파리 르 제니트에서 펼친 SM타운 콘서트는 1만명이 넘는 한류팬을 불러모으면서 본격적인 한류의 확산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2000년대 초 파리 시내 10여개에 불과하던 한식당은 현재 150여개로 늘어난 상태다.

연합뉴스

파리코리아센터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2015~2016년 1년 4개월 동안 양국에서 500여개 문화 이벤트를 진행한 '한불상호교류의 해' 행사는 문화적 자부심이 남다른 프랑스인들이 순수 예술을 포함한 한국문화 전반으로 눈을 돌리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한국의 우수한 문화예술이 프랑스 문화예술기관들로부터 인정받게 되고 파리 한국문화원 차원에서 기메박물관, 퐁피두센터, 샤이오극장 등 프랑스 주요 문화예술기관들과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을 확장 이전한 '파리코리아센터(Centre Culturel Coreen)' 개원식에 앞서 퐁피두센터를 찾은 한국 기자들과 만난 아녜스 베나예르(48) 퐁피두센터 홍보국장은 최근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한국 미술 작가들에 대한 현지인과 비평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불상호교류의 해 행사가 여기 퐁피두센터에서 한국 작가 전시로 막을 내렸죠. 올해 퐁피두 메츠센터에선 이우환 회고전이 열렸는데 많은 사람이 왔고 반응이 좋았습니다. 최근 많은 현대미술관에서 한국 미술 작가들이 활동하면서 프랑스 사람들과 비평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수집가들 사이에서 작품 가격도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한국 문화를 영화로 접하는 프랑스 사람도 많은데 '기생충' 너무 잘 봤어요. 예술적으로도 훌륭했고 한국사회를 묘사한 내용이 너무 좋았습니다."

베나예르 국장은 '한불상호교류의 해' 프랑스조직위원회 예술감독을 맡아 행사를 기획했다.

연합뉴스

아녜스 베나예르 파리 퐁피두센터 홍보국장
(파리=연합뉴스) 이웅 기자 = 아녜스 베나예르(48) 퐁피두센터 홍보국장이 20일(현지시간) 주프랑스한국문화원을 확장 이전한 '파리코리아센터(Centre Culturel Coreen)' 개원식에 앞서 퐁피두센터를 찾은 한국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25 abullapia@yna.co.kr



그는 "많은 프랑스 젊은이가 드라마, K팝, 화장품 등 한국 문화에 접하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데 놀라울 정도"라면서 "지난 6월 방탄소년단 콘서트 때 멤버 중 한명이 퐁피두센터를 방문했는데 여기서도 작품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프랑스 사람들에게 K팝이 그냥 대중음악이 아니라 훨씬 더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K팝을 넘어서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성향으로 볼 때 센터를 방문한 멤버는 리더 RM일 것으로 추측된다.

역사적으로 볼 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사람들은 일본 예술을 통해 본격적으로 동양문화에 눈을 뜨게 됐다. 18세기 에도 시대에 성행한 일본 전통판화 우키요에(浮世繪)가 19세기 유럽 인상파, 아르누보 화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면서 '자포니즘'(Japonism)이란 일본 붐을 일으켰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프랑스와의 수교 160주년을 기념해 파리, 리옹 등 프랑스 주요 도시에서 1년 내내 각종 공연, 세미나, 전시 등 문화예술 이벤트를 펼치면서 '자포니즘 2018'이란 타이틀을 내걸었다. 150년 전쯤 유럽을 사로잡았던 자포니즘의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BTS 파리 공연 기다리며 '댄스 삼매경'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케이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교외의 대형 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 앞에서 콘서트를 기다리며 함께 춤을 추고 있다. 2019.6.9. yonglae@yna.co.kr



21세기 유럽과 전 세계 젊은이들을 사로잡으며 풍미하는 한류 역시 자포니즘과 같은 하나의 문화사조로 자리 잡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가능성이 있다.

베나예르 국장은 이에 대해 "여기서(유럽)는 아시아 문화를 일본을 통해 접했고 많은 인기를 누렸다. 요즘 젊은이들의 선택은 한국이다. 한국 문화와 음식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한국말을 배우고 싶어한다. 프랑스와 한국은 비슷한 점이 있다. 문화는 정체성이라 중요하고 더 활발한 교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해웅 주프랑스한국문화원장은 "한국-프랑스 양국 지금 관계는 역대 최상이라고 본다"며 "민간 차원에서도 프랑스 국민 눈에 비친 한국에 대한 이미지는 그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다. 양국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 한국에 대한 국가 선호도가 일본을 넘어설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인터뷰하는 전해웅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
(파리=연합뉴스) 이웅 기자 = 전해웅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이 '파리 코리아센터' 개원식을 맞아 지난 20일(현지시간) 파리 집무실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21 abullapia@yna.co.kr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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