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트서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짧은 기도 후에 청와대로 향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1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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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단식 투쟁 이틀째인 21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눈 뜨고 있는 시간 내내’ 청와대 앞을 지켰다.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폐기 철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 3대 요구를 전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청와대 앞 심야 집회ㆍ시위를 금지한 규정 때문에 황 대표는 낮엔 청와대에서, 밤엔 국회에서 투쟁을 벌인다. 황 대표는 국회 본청 앞 텐트에서 전기담요와 두 대의 전기난로에 의지한 채 첫 밤을 지냈다. 박맹우 한국당 사무총장과 당직자 몇 명이 밤새 곁을 지켰다. 황 대표는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3시30분쯤 기상해 텐트에서 짧은 기도를 했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대표는 평소에도 밤 12시 전에 잠들고 새벽 4시쯤 일어나 매일 새벽기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 대표는 곧장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장소를 옮겼다. 황 대표의 새벽 청와대행은 김도읍 대표비서실장 등 측근들도 미리 알지 못했다고 한다. 청와대 앞에 도착한 황 대표는 영하로 떨어진 날씨에도 돗자리 위에 작은 탁자만 펴 놓은 채 바닥에 앉아 농성을 시작했다. 패딩 점퍼와 마스크, 털모자 차림의 황 대표는 기자들에게 “우리 뜻을 최대한 가까이에서 (문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해 왔다”며 “앞으로 계속 여기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국당 최고위원회의는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황 대표가 ‘나홀로 단식’을 하고 있는 청와대 앞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황 대표는 회의에서 청와대를 향해 3대 요구를 수용해 달라고 재차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국민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위기에 빠지게 한다면 제1야당 대표로서 할 역할은 저항하고 싸우는 것밖에 없다”며 “나라가 온전해질 때까지 필사즉생의 마음으로 끝까지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강기정(왼쪽) 청와대 정무수석이 21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아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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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시간 동안의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황 대표는 다시 혼자 남았다. 오후에는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날에 이어 황 대표를 찾았다. 강 수석은 “미국에 간 3당 원내대표들이 잘 이야기를 나누실 것”이라며 단식을 거듭 말렸고, 황 대표는 “대통령께서 국민의 뜻에 맞는 결정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황 대표는 차가운 보도블록 바닥에 종일 꼿꼿하게 앉은 채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당무를 봤다. 국회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주재한 여야 대표 정치협상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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