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뉴스1 DB © News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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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편향 교육’ 논란이 제기된 서울 관악구 인헌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장학 결과 일부 교사가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과정에서 나온 발언으로 정치편향 교육이 아니라며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문제를 제기했던 학생과 교육단체 등은 크게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2일부터 한 달 간 실시한 인헌고 특별장학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지난달 ‘인헌고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 내용이다. 학수연은 일부 교사가 학생들에게 ‘조국 뉴스는 가짜다’ ‘너 일베(극우 커뮤니티 사용자)냐’ 등의 발언을 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지난달 17일 열린 교내 마라톤 대회에서 반일구호를 제작하고 복창을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 설문결과 학생 441명 중 ‘조국 뉴스는 가짜다’와 ‘너 일베냐’ 발언을 들었다는 응답은 각각 29명, 28명이었다. 마라톤에 참가한 1·2학년 307명 중 97명은 “구호 복창을 강요당했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사의 일부 발언에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도 “법적·행정적 처벌을 통해 징계해야 할 대상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특정 정치사상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며 편향적 교육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별도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학생들도 성찰해야 한다. 검토되지 못한 섣부른 신념화는 독선으로 흘러 자신과 사회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교사들이) 교육자로서 일부 학생의 ‘친일적’ ‘혐오적’ ‘적대적’ 발언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일베’ 등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기성세대로서, 교육자로서 충분히 이해되는 바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학수연 측은 “교육감이 우리의 행동을 ‘친일’ ‘혐오’로 낙인찍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학수연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서울시교육청은 가해자 측인 인헌고와 피해자 측인 학생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라 가해자 인헌고와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학수연 대표 김화랑 군(18)은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탈원전’ 행사에 학생을 동원하고,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학생을 일베몰이 하는 것이 상식적으로 교사의 권한이라고 볼 수 있는가”라며 “장학기간 동안 다양한 정치편향 교육 사례를 제시했는데도 교육청은 ‘반복적·강압적’이 아니었다고 결론 내렸다”고 지적했다. 학수연 측은 23일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이번 조사결과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교원계 안팎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이 교내 마라톤 행사 뿐 아니라 페미니즘, 동성애, 탈원전 등과 관련된 지속적인 편향교육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지만, 교육청은 일부 내용만 조사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단체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의 박소영 대표는 “자신의 목소리를 쉽게 내기 힘든 학생들이 용기를 내서 부당함을 호소했는데 교육청이 묵살했다”라고 비판했다. 교총과 한국국공립고등학교장회,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등 교육 관련 단체 10여 곳은 인헌고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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