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황교안 또 찾아…“한일, 살얼음 걷듯이 대화 진행” / 姜, ‘한-아세안’ 만찬 초청에 黃 “제가 지금 단식 중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왼쪽)이 21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이틀째 단식 중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찾아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은 종료 시한을 하루 앞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과 관련해 "종료되지 않는 쪽과 종료가 불가피한 쪽, 두가지 다 열어두고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 수석은 21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 있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농성장을 방문해 "오늘 회담이 안 되면, 진전이 없으면 내일은 어려워지지 않을까 고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주부터 최선을 다해 지금 이 순간에도 (일본과 협상 중이며), 아마 오늘이 거의 마지막까지 온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김현종 안보실 2차장도 미국을 다녀오고, 다른 외교부 라인은 마지막까지 일본하고 대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베 정부 입장에선 완전히 본인들의 잘못을 전혀 얘기하지 않고, (우리나라가) 완전히 백기를 들라는 식으로, 이번 기회에 굴복시키겠다는 태도다 보니까 진전이 정말 안 되고 살얼음 걷듯이 진행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소미아는 오는 23일 오전 0시를 기해 종료된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이 사안을 논의했다. 강 수석은 "NSC를 오후에 여는 날인데, 오전에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황 대표는 "이 문제로 퍼펙트스톰(최악의 위기)을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고 하니까 대통령께서 해결책을 내놓으셔야 할 것 같다"며 "그렇게 전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지소미아 종료 철회와 함께 황 대표가 세 가지 조건으로 밝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에 대해 "원내대표들끼리 잘 얘기해서, 필요하면 우리 대통령님도 적극적으로 대화하실 용의가 있으시다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대통령께서 바른 결정, 국민의 뜻에 맞는 결정을 해 주시면 좋겠다"며 "당장 중요한 3가지 현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달라. 어떻게 보면 국민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23일부터 국빈 방문을 받고, 24일에는 회의 장소인 부산으로 간다고 전하면서 "이번 총회를 아주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에게 "오후 5시 반 총회 만찬 자리에 10개국 협의회 회장님들과 5당 대표님들이 와서 힘을 좀 보태주십사 하는 말씀을 (대표님을) 뵙고 청했으면 좋겠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을 전했다.
황 대표는 "말씀 잘 들었다. 제가 지금 단식 중이라는 말씀 전해주시고, 정말 결정이 어렵더라도 국민을 위한 결정을 해 달라"고 답했다.
앞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20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투쟁에 돌입하자 문재인 대통령이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을 보내 만류했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이날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농성 중인 황교안 대표를 찾아가 "이런 건 참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인근에서 집회 도중 농성장을 찾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 전광훈 목사도 만났다.
강 수석은 전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황 대표가) 날을 여기서 지새울 것 같다고 생각해서 대통령에게 보고드렸다"고 했다.
이 같은 보고를 들은 문 대통령은 "가서 어쨌든 찾아봬라. 어떤 의미에서 집 앞에 온 손님"이라고 말했다고 강 수석이 전했다.
강 수석은 황 대표가 단식투쟁을 하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제시한 3가지 조건 중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철회에 대해 "지소미아는 여야 문제가 아니라 국익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단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황 대표를 설득했다.
3가지 조건 중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 선거법에 대해서도 "오늘 이인영·나경원·오신환 등 3당 원내대표가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얘기하러 미국 방문을 했지만, 실제로는 선거법·공수처에 대한 대화를 많이 할 것이라 들었고, 그렇게 할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 두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절차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하는 황 대표에게 "패스트트랙으로 진행되는 법을 청와대가 중지시킬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최대한 국회에서 대화해보시고, 저희가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면 참여한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강 수석은 황 대표가 지난 18일 이들 현안을 놓고 문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한 데 대해서도 "(회담 제안을) 사전에 못 들었다. 사후에도 못 들었고"라며 양측의 소통 과정을 해명했다.
당시 '회담 제안' 언론 보도를 보고 오전에 청와대 김광진 정무비서관이 한국당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고, 오후에 '시간이 있니, 없니'라는 식의 얘기가 오갔다는 것이다.
당시 김 비서관은 상부 보고 없이 "토요일(23일) 시간이 있다"는 취지로 답했는데, 실제로 문 대통령은 23일부터 국빈 면담이 잡혀 있었다. 나중에 강 수석은 김 비서실장에게 "황 대표와 대통령님은 필요하면 얼마든지 만나야 한다. 그런데 이미 시작된 국정상설협의체도 있고, 지난번 만찬도 있었다"고 말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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