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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대법 “‘백년전쟁’, 이승만·박정희 명예훼손 아냐” 원심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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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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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제재한 것은 부당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백년전쟁을 방송한 시민방송 RTV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재조치를 취소하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1·2심을 깨고 해당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관 전원은 방송법상 방송의 공정성·공공성 심의대상이 보도프로그램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공정성·객관성 및 사자 명예존중 의무를 지켰는지에 대해선 7대 6으로 의견이 갈렸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7명은 “시청자 제작 방송프로그램의 객관성·공정성·균형성을 심사할 땐 방송사업자가 직접 제작한 프로그램에 비해 심사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 다큐는 이미 많은 사람에게 충분히 알려져 사실상 주류적 지위를 점하는 역사적 사실과 해석에 의문을 제기해 다양한 여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며 “그 자체로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한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적 인물 평가는 각자 가치관·역사관에 따라 때로는 상반되게 나타나고, 역사적 논쟁은 인류의 삶과 문화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끄는 건전한 추진력이 된다”며 “방송내용 중 역사적 평가 대상이 되는 공인의 명예가 훼손되는 사실이 적시됐어도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명예훼손과 모욕적 표현은 구분해 다뤄야 한다”며 “다큐에 나온 일부 표현이 ‘저속한 표현’을 제재하는 심의규정 위반이 될 여지는 있을지라도, 명예훼손 금지규정 위반이라고 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희대·권순일·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 대법관은 이 다큐가 “제작의도에 부합하는 자료만 취사선택해 내용 자체가 사실에 부합하지 않아 객관성을 상실했고, 제작의도와 상반된 의견은 전혀 소개하지 않아 공정성·균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이어 “다수의견을 따를 경우 선별·편향된 일부 자료만을 근거로 특정 역사적 인물을 모욕·조롱하는 방송을 해도 역사 다큐 형식만 취하면 아무런 제재조치를 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시민방송은 2013년 1월부터 3월까지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백년전쟁-두 얼굴의 이승만’과 ‘백년전쟁-프레이저 보고서’ 등 두 전직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이 전 대통령 사생활과 독립운동 성금 횡령 의혹, 박 전 대통령의 친일 발언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방통위는 해당 프로그램이 특정 자료만을 근거로 편향된 내용을 방송했거나 직설적이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등의 이유로 방송심의 규정상 공정성과 객관성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징계 및 경고 조치 등 제재를 가했고, 시민방송은 재심이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1·2심은 “특정 자료와 특정 관점에만 기인한 역사적 사실과 위인에 대한 평가는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전제하지 않는 한 그 자체로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루면서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지 못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사건은 당초 대법원 1부에 배당됐으나 전원합의체로 회부됐다. 전원합의체는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대법관 12명과 대법원장으로 구성되며,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거나 판례를 변경해야 할 때, 법리 등 중요 사안을 다룰 때 회부된다.

서한길 동아닷컴 기자 stre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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