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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반년 동안 민관 끝장 토론한 스웨덴”…항만 재생도 소통 주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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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세션 ‘항만 르네상스-부산 북항 중심으로’

“항만재생, 기반시설 확충 등 지원 중요”

“사업으로 발생한 이익 지방에 환원해야”

<한겨레> 국외 항만재생 성공사례 발표

“과거·현재 어우러진 문화예술 공간돼야”


한겨레

2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9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미-중 전략경쟁과 동아시아: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개회와 도전> 참석자들이 \'국내외 항만 르네상스-부산북항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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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6년 개항한 부산항 북항은 우리나라 최초 근대 무역항이다. 일제와 미군은 북항을 전략 물자 수송항으로 사용했다. 한국전쟁 뒤 북항은 대양으로 뻗어 나가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세계적 컨테이너항이 됐다. 물동량이 2002년 기준 세계 3위를 차지했지만 이후 중국 항만에 밀려 위상이 점차 떨어졌다. 항만시설은 낡았고, 철도와 도심이 가까워 확장이 불가능했다. 갈수록 늘어나는 물동량을 감당하지 못했다. 컨테이너 선박은 2006년 문을 연 부산항 신항으로 옮겨갔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북항 재개발에 나섰다. 2008년 10대 뉴딜 프로젝트에 포함되면서 북항 재개발사업은 본격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도 100대 국정과제에 북항 재개발을 포함했다. 북항 재개발은 2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육지부 119만㎡와 해면부(바다) 34만㎡ 등 153만㎡에 공원과 도로, 공공시설, 상업·업무시설 등을 짓는다. 2단계는 219만㎡를 금융·비즈니스·연구개발 중심의 혁신 성장거점으로 만든다. 해양수산부, 부산시 등으로 구성된 북항 통합개발 추진단은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가 모두 포함된 추진협의회를 통해 북항 통합개발을 수립했다. 토건주의적 재개발이 아니라 지역경제가 활력을 되찾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한다. 성공적 재개발을 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관에서 열린 ‘2019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의 ‘국내외 항만 르네상스-부산북항을 중심으로’ 세션에서 발제를 맡은 정성기 해양수산부 부산항북항통합재개발추진단장은 북항과 원도심을 잇는 교통망 등 기반시설 확충과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정부는 강력한 추진 의지로 인허가 등 적극적 행정지원은 물론 공원 등 공공시설 지원 확대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도 북항 재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택, 문화, 관광, 도시계획 등 모든 분야의 정책으로 총력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단장은 “사업으로 발생한 이익을 국가 귀속이 아니라 지역에 되돌리는 환원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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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한겨레> 기자가 2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9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미-중 전략경쟁과 동아시아: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개회와 도전>에서 \'국내외 항만 르네상스-부산북항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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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단장은 또 해양문화·관광 콘텐츠 개발 중요성도 짚었다. 실제로 영국 리버풀항의 경우 19세기 세계 최대 무역항이었지만 쇠퇴해 낙후했다가 1980년대부터 항만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문화 콘텐츠를 잇달아 개발해 2008년 유럽문화수도 선정될 정도로 항만 재생에 성공했다. 정 단장은 문화 콘텐츠 개발로 동북아 지역연대를 통한 크루즈 허브항 구축, 마리나 국제대회 유치, 해양문화 테마파크 조성, 부산항 글로벌 축제 등을 꼽았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축제인 독일 함부르크 축제처럼 부산항 축제도 격을 키워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민관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시민의 적극적 참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션에선 국내외 항만재생의 현황과 과제를 14차례에 걸쳐 진단하고 있는 <한겨레> ‘항만 르네상스 현장을 가다’ 취재팀의 세계의 항만재생 성공사례 발표도 이어졌다. 스페인 빌바오항과 바로셀로나항을 다녀온 김광수 <한겨레> 기자는 “두 항만은 쇠락했지만, 옛 항만시설에 문화를 입히고 항구의 역사를 기억해 성공적으로 항만 재생을 일궈냈다”며 “중앙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유관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이견이 해소될 때까지 끊임없이 소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강 도시였던 빌바오항은 네르비온강 수질을 개선해 시민 품에 안겼다. 구겐하임미술관 건립 등 문화예술 도시로 탈바꿈해 관광객을 불러 모으면서 스페인 최고 부자 도시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단순히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이 살아 숨쉬게 해야한다는 의미다.

결국 성공적인 항만재생은 과거와 현재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뤄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기자는 “바로셀로나항은 기차역과 철로 대신 공원·문화 예술 공간 등을 만들고 지중해에 발을 담글 수 있도록 해변을 조성하는 등 사람, 과거, 현대가 어우러지는 항구로 만들어 재생에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북항 재개발은 결국 주민에게 항구를 돌려준다는 뜻이다. 시민이 찾지 않으면 외지인도 찾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정부, 지자체, 시민단체 등 끊임없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관 소통 중요성은 네덜란드와 스웨덴의 경험에서도 확인됐다. 두번째 성공 사례 발표자로 연단에 선 최상원 <한겨레> 기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동부항은 역사를 간직한 항만시설을 철거하는 대신 민관의 꾸준한 협의를 거쳐 최대한 보존하는 모양새로 재개발을 추진했다”며 “특히 지자체가 토지를 수용한 뒤 터 사용권인 지상권만 분양했다. 확보한 분양 수입은 도시재생에 투입하는 구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암스테르담 동부항은 항만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지키면서 재생에 성공했다면 스웨덴 말뫼 서부항은 6개월 동안 민관이 끝장 토론을 벌인 뒤 지식·정보·관광서비스 등 개발방향을 잡아 협력한 결과, 친환경 정보·복지 ‘미래도시’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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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원 <한겨레> 기자가 2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BEXCO)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9 한겨레-부산 국제심포지엄 <미-중 전략경쟁과 동아시아: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개회와 도전>에서 \'국내외 항만 르네상스-부산북항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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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자는 이 과정에서 재정 균등화 제도의 적극적인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방세 수입이 많은 도시가 수입이 적은 도시를 지원해 재정 균등화를 이루는 ‘도시 재정 균등화 제도’도 말뫼시 항만 재생사업에 도움을 줬다”며 “‘시민 모두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잘하고 있다는 믿음과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일마르 리팔루 전 말뫼시장의 말에 동감한다. 북항 재개발도 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도 북항 재개발 해법에 대해 ‘해양문화 콘텐츠 개발’과 ‘시민의 적극적 재개발 참여’를 꼽았다. 김배경 부산시 문화체육국장은 “북항은 사람과 환경, 정책이 어우러져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복합문화공간 조성, 부산항 축제 확대, 세계적 요트대회 개최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북항의 ‘문화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미숙 부산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북항 재개발 과정에서 개발사업자가 아닌 전문가·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논의의 틀(추진협의회)을 만들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없었던 점은 아쉽다. 고층 건물로 둘러싸이는 개발보다는 누구나 바다를 볼 수 있도록 개방성과 공공성을 앞세워 개발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김종한 부산시의원은 “지금까지 지역주민 의견 청취 노력이 부족했다. 주민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동진 경성대 교수는 “북항의 변화는 부산의 미래다. 원도심과 북항 전체를 어우르며 유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운영주체를 만들어야 한다. 세계적 명장들의 작품이나 건축물 등 앵커(핵심) 시설도 필요하다. 신성장 동력의 핵심으로 볼 수 있는 특화대학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사진 부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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