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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시급 830원 올려달라" 실형받은 홍대 청소노동자 항소심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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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시급 인상' 요구하며 점거 농성

업무방해 등으로 1심서 징역·벌금형 선고

法 "쟁의와 사용자 재산권 조화 이뤄야"

노동자들, 무죄 주장하며 상고 예정

이데일리

법원 (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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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시급을 올려달라며 학내에서 농성을 벌인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이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노동자들은 정당한 노동3권을 행사한 것이라며 상고할 의지를 밝혔다.

◇830원 시급 올리려다 300만원 벌금형…“양형 부당”

서울서부지법 제2형사부(최규현 부장판사)는 21일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홍익대 근로자 김모(34)씨 등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앞서 2017년 7월 홍익대 청소·경비근로자 60여명은 그해 시급을 6950원에서 830원 올려 7780원으로 책정해 달라며 학교 사무처에 들어가 농성했다. 이들은 한 달 뒤 학위수여식에서 김영환 당시 총장을 둘러싸고 시급을 인상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에 학교 측이 노동자들을 업무방해와 감금 등 8가지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 6월 1심에서 업무방해와 공동주거침입죄로 김씨 등 3명에게 각각 징역 4월·집행유예 1년, 벌금 300만원·집행유예 1년, 벌금 200만원·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근로자와 검찰은 모두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서도 법원은 홍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정당하지 않다고 봤다. 재판부는 “(노동자의) 쟁의행위 수단과 방법은 홍대 측 재산권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하지만 이 사건에서 60여명의 조합원이 사무처장실을 점거하고 확성기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쳐 직원들이 위압감과 불안감을 느꼈고 실제 업무 처리도 지연됐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수단과 방법의 상당성이 인정되진 않지만, 근로자로서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 쟁의행위라는 점은 참작할 만하다”라고 밝혔다. 법원은 “직접적으로 폭력을 수반한 것은 아니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는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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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 유죄판결 항소심이 기각된 후 홍대 노동자들이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김보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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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노동자들 “시급 인상요구 홍대만 거부…상고할 것”

홍대 노동자들은 항소심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항소심 재판 결과를 마치고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 3권이 보장하는 쟁의행위가 유죄라면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홍익대 노동자·학생 단체인 ‘모닥불’의 김민석 운영위원장은 “2017년 쟁의에 나선 건 시급 830원 인상 요구를 홍익대만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당시 김영환 전 총장이 한 달 넘게 출근하지 않으며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했기에 투쟁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위가 낮은 투쟁도 유죄로 판단하면 홍대를 더 나은 공동체로 만들 방법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홍대 노동자의 무죄를 주장하며 상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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