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부부 상호부양 의무 있는 만큼
통상 정도 넘는 `특별한 부양` 있어야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을 비롯한 13명의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아내가 수년간 지병을 앓아온 남편의 곁을 지키며 간호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남편의 재산을 더 상속받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사망한 A씨의 부인과 자녀들이 제기한 상속재산 분할 청구사건에서 이 같은 취지로 재항고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A씨의 사망한 전처가 낳은 자녀 9명과 후처 B씨 및 그 자녀 사이에 벌어진 재산 상속 분쟁이다. B씨 측은 A씨가 남긴 일부 재산에 대해 30%의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여분이란 여러 명이 유산을 상속받을 때 재산을 남긴 이에게 특별한 역할을 한 점을 인정받은 사람에게 상속 몫을 더 많이 나눠주도록 하는 제도다. 전체 재산에서 먼저 기여분을 떼 준 뒤에 나머지를 상속인들이 다시 나누는 식이다.
민법은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나 그 밖의 방법으로 특별히 부양하거나 재산의 유지나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자`에 대해 기여분을 인정한다.
이 사건에서 B씨는 A씨가 지난 2003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매월 대학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고 9차례 입원치료를 받는 동안 곁을 지키며 간호했으므로 기여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과 2심은 “B씨가 A씨를 간호한 것은 사실이지만 통상 부부로서 부양의무를 이행한 정도에 불과하다”며 “기여분을 인정할 정도로 특별히 부양했다거나 재산 유지·증가에 기여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부에게 기본적으로 서로를 부양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 만큼 간호 등을 이유로 기여분을 인정하려면 통상의 정도를 넘는 `특별한 부양`이 있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장기간의 동거·간호만을 이유로 배우자에게만 기여분을 인정하는 것은 부부간의 상호부양 의무를 정한 민법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여분을 인정할지는 전반적인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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