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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공수처, 살아있는 권력에 악용될 소지부터 차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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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주최 토론회에서 법학자·법조인들 '쓴소리' 쏟아져 / "무소불위 검찰 견제 위해 더 큰 권력기관 만든다는 것 모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야말로 살아 있는 권력이 정적이나 사법작용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사용할 위험을 안고 있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지상파 방송에 출연해 ‘공수처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지 이틀 만에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의견이 법학계에서 나왔다. 현 정권은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할 장치’라는 논리를 펴지만 실은 권력이 정적을 견제할 때 써먹을 ‘제2의 검찰’로 변질할 우려가 더 크다는 것이다.

세계일보

지난 4월 이른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을 제출하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그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 등과 대치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검찰을 고치면 되는데 왜 새 권력기관 만드나?"

보수 성향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바른헌법연구회와 공동으로 21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공수처 등 논의 중인 검찰 개혁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관한 소고’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한 교수는 “살아 있는 권력이나 금력에 맞서 검찰이 진실을 밝혀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이라고 전제한 뒤 “정부에서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검찰 개혁 법안 중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 법안은 오히려 사법경찰관 수사의 공정성이나 인권 보장에 역행하는 제도이며, 정치적 중립성 보장에도 역행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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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의 대안으로 “검찰 인사제도를 개혁하여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제안했다. 청와대가 검찰 인사를 좌우하기 때문에 검찰이 대통령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 편향 논란이 벌어지는데, 검찰 인사제도 개선을 통해 청와대의 ‘입김’을 차단하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저절로 확보된다는 뜻이다.

그래도 불가피하게 공수처를 만들어야 한다면 ‘검찰보다 나은 수사기관’이 되도록 설계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공수처 법안은 그렇지도 못하다는 게 한 교수가 내린 진단이다.

◆"공수처가 중립 안 지키면 그땐 어떻게 할 건가?"

그는 “공수처 법안에서 공수처는 처장·차장 및 수사처 검사가 정치적으로 구성되는 셈”이라며 “그 직무 대상은 정치적 영향력이 높은 고위직 공무원이나 정치인을 망라하고 있는데 그 활동에 대한 견제 장치는 탄핵 외에는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으로’ 임명된 공수처 처장·차장과 검사들이 현재의 검찰보다 정치적 중립성을 더 지킬 것이란 보장이 전혀 없고, 정작 공수처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에는 그 책임을 물을 수단조차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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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MBC에서 생중계된 ‘국민이 묻는다, 2019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사회자 배철수씨로부터 질문지를 전달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 대통령은 앞서 MBC를 통해 생방송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해 공수처에 관해 “검찰을 말하자면 제어할 수 있고 검찰 비리를 추궁할 수 있는 장치로도 굉장히 효과적일 수 있다”며 “그래서 검찰 개혁의 하나로 공수처가 많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공수처가 중립을 안 지키거나 심지어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 누가, 어떻게 추궁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법학계가 던지는 근본적 의문점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 교수는 “공수처야말로 살아 있는 권력이 정적이나 사법작용에 대한 통제 수단으로 사용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해 문 대통려의 시각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토론자들도 한 목소리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법학)는 “국회에 계류된 공수처 법안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만 강화할 뿐”이라며 “특히 수사 대상을 한정한 것은 헌법상 평등권 위반”이라고 말했다.

차기환 변호사도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대안으로 더 큰 권력(공수처)을 양산한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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