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회주택들과 교류 넓히기 위해
입주자·직원 등 80여명 한자리 모여
바자회·보이는 라디오 등 행사 다채
‘안전·심리적 안정’ 사회주택 장점 꼽아
“사회주택 살아보니 어떠냐고?/ 회사 다니면서, 학교 다니면서도/ 주거비 걱정 없이 살 수 있어/ 택해봐, 너만의 사회주택!”
“사람과 사람을 엮어주는/ 회의를 해요. 한 달에 한 번 반·상·회~/ 주거의 새로운 방식을/ 택하세요, 사회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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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종로구 대학로 끝자락 혜화동의 좋은이웃카페에 사회주택 입주자들과 기업의 대표와 직원 80여 명이 모였다. 한쪽 벽면엔 사-회-주-택 사행시가 붙어 있다. 지난 2주간 공모한 것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뽑은 9편이다. 참여자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 옆에 스티커를 붙였다.
이날 행사는 한국사회주택협회와 사회주택기업 4곳(녹색친구들, 마을과집협동조합,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함께주택협동조합)이 뜻을 모아 열었다. ‘사회주택의 날’로 이름 붙인 행사의 1부에서는 ‘미식가요’ 콘셉트로 참여자들이 샌드위치를 같이 만들었다. 진행자를 따라 ‘샌드위치’라는 노래도 함께 불렀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20~30대다. 네댓 살 아이를 데리고 온 이들도 있었다.
2부에선 입주자들이 갖고 온 물건들을 테이블 두 곳에 올려놓고 작은 바자회를 했다. ‘보이는 라디오’ 콘셉트의 행사도 곁들여졌다. 참여자들은 카카오톡 오픈 카톡방에 퀴즈 답, 바자회에 내놓은 물건에 대한 설명, 신청곡 등을 올렸다. 진행자들은 틈틈이 참여자들을 앞으로 불러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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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엔 1500여 호의 사회주택이 있다. 2015년 서울시의회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례(서울시 사회주택 활성화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만들면서 사업이 시작됐다. 횟수로 5년째다. 사회주택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비영리기관 등 사회적 경제 조직들(중소기업 포함)이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제공하는 임대주택이다. 임대료는 시세의 60~80%로 저렴하고, 거주 기간은 6~10년이다.
지난 8월 205호의 사회주택(리모델링형)을 공급한 드로우주택협동조합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사회주택 사업자들의 재무 건전성과 사업 역량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66개 사회주택 사업자가 모여 있는 한국사회주택협회 회원사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드로우주택협동조합이 회원사는 아니지만, 입주자 보호를 위해 주택을 인수해 운영에 나섰다.
사회주택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서울시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기존 사회주택위원회를 민관협력 거버넌스 조직으로 가동해 사회주택 종합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회주택 사업자의 수익성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에 대해서도 처방 대책 마련에 나섰다. 토지의 연간 임대료인 감정가의 2% 가운데 1%를 초기 10년 동안 서울시가 지원하고, 토지 임대료 최초 납부 시점을 계약 6개월 뒤로 늦추는 걸 추진하고 있다.
사회주택업계는 서울시 대책 마련을 반기면서도, 공공을 위한 투자로 사회주택 지원을 더 확대해주길 기대한다. 김종식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사회주택이 아주 효과적인 제도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청년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한다. 마포구 성산동에 공급된 ‘녹색친구들 성산’의 경우 2년 전 첫 입주 때 인근 시세의 75%로 임대료를 책정했는데, 올해 재계약을 하면서 시세의 60% 수준으로 낮아졌다. 그리고 민관협력으로 사업비가 적게 드는 것도 장점이다. 김 이사장은 “공공임대주택 사업비는 한 호당 1억원가량인데, 사회주택은 6천만원 정도 든다”고 했다.
사회주택의 날 행사의 ‘보이는 라디오’에 나온 남가좌동 청년누리 사회주택 입주자인 박수빈씨는 안전과 심리적 안정감을 사회주택살이의 좋은 점으로 들었다. 박씨는 “원룸에 혼자 살 때는 집에 오면 말할 사람이 없었는데 이제는 퇴근 뒤 이웃들과 인사도 하고 때론 밥도 같이 먹는다”고 했다. 테라스 문이 안에서 잠겼을 때, 새벽에 대문이 열리지 않았을 때 도움을 받았던 이웃의 일화도 전했다.
사회주택기업 직원 2명이 나와 운영 소감도 나눴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만든 달팽이집 운영에 참여하는 이정헌씨는 “같은 청년으로 청년들의 주거 고민을 함께 풀어나가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사회주택을 운영하는 데 입주자들과 의견을 편하게 나누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을과집협동조합의 최용완씨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갑을관계 느낌을 주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입주자들이 밤늦은 시간과 새벽에 연락을 주면 힘들다”고 고충도 털어놓았다.
이번 행사를 제안한 한영현 마을과집협동조합 대표는 “취미 등 커뮤니티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해 다른 사회주택 입주자들과 교류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사회주택이 저렴한 주거비만이 아니라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청년들의 건강한 주거문화를 만들어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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