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협상 80분 만에 파행…에스퍼, 금기어인 '주한미군 감축'도 언급
2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한 당국자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3차 협상이 80분 만에 파행으로 끝난 데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미군 주둔 비용은 미국 납세자들만 져야 할 부담이 아니"라고 밝혔다.
미국 측은 방어 공약을 이행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한국이 합당한 몫을 부담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우리의 주둔으로 혜택을 얻는 동맹과 파트너들이 공정히 분담해야 할 책임"이라면서 "우리는 한국이 SMA를 포함해, 그러나 여기에 국한하지 않고 한미 동맹에 제공하는 상당한 자원에 감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합당한 몫을 더 부담할 수 있고 더 부담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덧붙였다.
또한 필리핀을 방문 중인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도 SMA 파행 직후인 19일 이와 일치된 입장을 내놨다.
에스퍼 국방장관은 필리핀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 도중 관련 질문을 받자, 한국을 '부자나라'라고 재차 언급하며 "한미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특히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 질문에는 "추측하지 않겠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난 15일 방한시 '주한미군 현수준 유지'를 재확인했다는 한미 공동성명과 상당한 온도차가 있는 발언이다. 미국 측이 방위비 협상의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은 "내가 며칠 전 공개적으로 말했듯이 한국은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면서도 "그 이상에 대해서는 (방위비 협상을 담당한) 국무부가 세부적인 사항을 해결하도록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대한민국은 부유한 국가이므로 조금 더 부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조금 더 부담해야만 한다"며 공개 압박에 나선 바 있다.
또 그는 이날 회견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우리가 할지도, 하지 않을지도 모를 것에 대해 예측하거나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그는 "국무부가 (방위비)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이 논의들은 유능한 사람의 손(국무부)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한 번에 한 발짝씩 내디디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도 '한국과 방위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병력 철수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에스퍼 장관이 "국무부가 (방위비) 협상을 주도한다"고 언급하며 구체적 답변을 거절했다고 전했다.
현재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등으로 돼 있지만, 미국은 이외에 △주한미군 인건비(수당) △군무원·가족지원 비용 △미군 한반도 순환배치 비용 △역외 훈련비용 등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에스퍼 장관은 지난 15일 한국에서 SCM에 참석한 데 이어 아시아 지역 군사·안보 이슈 등의 논의를 위해 태국·필리핀·베트남 등을 차례로 방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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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kiraa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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