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인기리에 방영된 KBS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 출신들이 폭풍 성장한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고 있다. '날아라 슛돌이'는 지난 2005년부터 방영돼 많은 인기를 끌었다. 당시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린이들의 치열한 축구 대결과 그 사이에서 자연스레 나오는 표정 변화 등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첫 방영 이후 약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자, 당시 어린이 출연자들은 성인으로 변모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여서 이들의 성장에 시청자들 역시 세월이 흘렀음을 실감케 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 축구 대들보 이강인…'슛돌이' 시절부터 남달랐던 축구 재능
'날아라 슛돌이' 출신에 대해 사람들에게 물으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인물은 파리생제르맹(PSG) 미드필더 이강인이다.
이강인은 지난 2007년 방영된 '날아라 슛돌이' 3기 출신이다. 당시 '날아라 슛돌이' 3기의 전적은 20승 4패로 압도적이었다. 그 중심엔 '주장' 이강인이 있었다. 당시 멤버는 그야말로 '호화멤버'였다. 이강인을 필두로 이태석(포항), 김성민(포천시민축구단·FC서울 출신) 등이 포함됐다.
이강인은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많은 주목을 받았고, 향후 그의 행보는 대중의 큰 관심을 끌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발렌시아에서 유스 경험을 쌓은 그는, 유럽 무대에서도 강팀으로 꼽히는 파리생제르맹에서 주요 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 전력의 핵심으로도 자리 잡았다. 이강인은 '날아라 슛돌이'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로 기대받은 것처럼,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월드 클래스급 축구선수'로 성장했다.
'날아라 슛돌이'와 이강인의 인연은 고(故)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별세와 더불어 다시금 조명됐다. 당시 그는 "제 축구 인생의 첫 스승이신 유상철 감독님. 제 나이 7살, 축구 선수라는 꿈만 가지고 슛돌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유 감독님을 처음 만났고,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때의 저는 아주 어린 나이였지만, 축구에서 있어서 만큼은 (유 감독님이) 제게 항상 진지하고 깊이 있는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때의 가르침이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축구 인생의 의미 있는 첫 걸음이었던 것 같다. 제게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라는 글로 마음을 표현했다.
이뿐 아니라 "감독님이 저에게 그러셨던 것처럼 저도 앞으로 후배들, 그리고 대한민국 축구의 밝은 미래와 무궁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제가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강인은 지난 6월에도 유상철의 별세 3주기를 추모하며 "존경하는 스승님, 보고 싶습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어린 이강인은 유 감독 옆에 찰싹 붙어 있어 귀여움을 자아냈다. 선수 생활 기간 많은 감독을 거쳤을 이강인이지만, 그 역시 '날아라 슛돌이'에서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준 '첫 스승' 유 감독을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다.
'아빠 이제는 저도 국가대표입니다'…이을용 아들 이태석, 꼬마 울보의 '성장'
이강인과 함께 대한민국 축구의 한 축을 담당하는 '날아라 슛돌이' 출신 선수가 또 나왔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끈 이을용 경남 FC 감독의 첫째 아들 이태석이 그 주인공이다.
이태석은 '날아라 슛돌이' 시리즈의 산증인이다. 그는 '날아라 슛돌이' 2기부터 4기까지 오랜 기간 함께했다. 이태석은 '날아라 슛돌이'를 통해 쌓은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발탁됐다.
서서히 성장한 이태석은 지난 4일 국가대표팀에 처음으로 뽑혔고, 14일 쿠웨이트전에서 무난히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아직 22세에 불과한 그이기에, 향후 대표팀의 주전 풀백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2006년 '날아라 슛돌이' 2기에 이태석이 출연할 당시 그의 나이는 고작 4살이었다. 18년이 흐른 지금은 어엿한 성인이 됐다.
이에 대해 '날아라 슛돌이'를 연출한 최재형 PD는 아주경제에 "(이태석은) 어린 시절 맨날 엄마랑 떨어져있으면 울었던 기억이 많이 난다"고 그를 회상했다.
이어 최 PD와 이태석의 인연은 지난 2015년 방영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이하 '청춘FC')'으로 이어졌다. '청춘FC'는 부상이나 개인사정 등으로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한 청춘들에게 제2의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당시 '청춘FC'의 코치 중 한 명은 이태석의 아버지인 이을용 감독이었다. 여기에 청춘FC가 FC서울과 경기를 벌일 당시 서울의 유스팀 소속이었던 이태석이 볼보이로 참여했다.
이에 대해 최 PD는 "'청춘 FC' 당시 이태석에게 '아저씨 기억해'라고 물어보니 '기억한다'고 말을 하더라. 이태석을 보면 대견한 마음이 크다. 꼬마 울보가 멋지게 자라줘서 고맙다"고 마음을 전했다.
조각 외모 돋보였던 지승준…축구 선수 역할로 배우 데뷔
이강인, 이태석과 달리 '날아라 슛돌이'의 원년 멤버인 지승준은 새로운 시작을 알려 화제다.
소속사 빅스마일엔터테인먼트는 지승준이 내년 방송되는 SBS 드라마 '오늘부터 인간입니다만'에서 축구 선수 배정배 역을 맡는다고 19일 알렸다. '날아라 슛돌이' 방영 이후 축구 선수로 성장하진 못했으나, 축구와 또 다른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앞서 지승준은 지난 2005년 방영된 '날아라 슛돌이' 1기 당시 조각 같은 외모로 화제를 모았다. 1기에서 골키퍼로 활약한 그는 가끔씩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다소 부족한 축구 실력에 시청자들은 지승준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 PD는 "(지)승준이에게 미안함이 크다. 당시 '날아라 슛돌이'의 기획 의도는 축구 실력보다도 '아이들이 뛰어 놀아야 한다'는 콘셉트로 기획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즌1 아이들은 제 아들과 또래다. 그래서 제 아들이 수능을 보거나 군대를 갈 때 시즌1 당시 함께 했던 아이들이 가끔씩 생각난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이강인, 이태석, 지승준은 각자의 길을 찾아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날아라 슛돌이'를 토대로 축구 국가대표로 거듭난 이강인, 이태석이 향후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또한 축구 선수 배역을 맡아 연기에 도전하는 지승준의 미래도 눈길을 끈다. 어린이들을 소재로 제작된 성장 예능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또다른 매력이 바로 이들의 성장을 지켜볼 수 있다는 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주경제=이건희 기자 topkeontop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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