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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사업체를 만들었습니다. 수입이 변변찮아 간이 사업자로 등록했었습니다. 겸사겸사 직원도 채용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 근로기준법상의 예외규정이 있었지만 다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현실은 영세 자영업자여도 마음만은 대기업 총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주제넘은 짓을 한다”며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불안 했습니다. 하지만 추가근무 수당을 주고, 연차휴가를 줘서 망할 일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망하는 게 서로를 위해 낫지 않나 싶었습니다.
다행히 쉽사리 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애당초 많은 월급을 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근무시간이 짧았을 뿐입니다. 오전에는 출근하지 않았습니다. 밤에 일하고 낮에 일어나는 저의 생활습관 탓이기도 했으나, 회사에 다닐 적 오전에 맨정신으로 일해 본 기억이 없어 근무시간을 오후 여섯 시간으로 한정했습니다. 물론 직원들과도 협의한 결과였습니다.
오전에 출근을 안 하는 건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우선 원하는 만큼 잘 수 있습니다. 은행을 가거나 하는 간단한 업무도 볼 수 있었습니다. 오후 출근이라서 절대로 지각을 안 할 것도 같았지만, 더러 지각하는 이가 있는 것을 보면 그것만은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회사가 우리처럼 오전 근무를 안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속 편한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원 중 한 명이 주기적으로 병원에 다녀야 하는데, 평일 중 하루를 쉬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전에 다녀오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뭐 나름의 사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직원만 하루 쉬면 공평하지 않으니 다른 직원들도 같이 쉬기로 했습니다. 대신 출근하는 날의 근무시간을 한 시간 남짓 늘렸습니다. 주당 근무시간의 총합은 2시간 줄었지만 별 상관없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내심 불안해 망할 것 같으면 원상 복귀하는 것을 조건으로 달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다행히 망하지 않았습니다. 직원은 늘어 5인 사업체를 벗어났습니다. 그간 자진해서 퇴사한 것 외엔 한명도 해고하지 않았습니다. 월급은 여전히 고만고만하지만, 한 번도 밀린 적은 없습니다. 사업주로서 특별히 돈을 벌지는 못했습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만 늘어 근심이 깊어졌을 뿐입니다. 그래도 최근에 어떤 대기업이 주4일제를 시험적으로 시행한다는 뉴스를 보며 ‘내가 완전히 틀려먹은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었군’ 하며 위로합니다. 그저 돈을 버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겠지요.
내년엔 법인 전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법인 설립의 기준이 낮아진 지금 큰 의미는 없습니다. 법인으로 바꾼다고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지금까지 지급하던 상여금이 버거워지기 시작해 직원들을 주주로 참여시켜 배당을 받아가게 하려 함입니다. 코딱지만 한 회사라 순이익이라고 해봤자 몇 푼 되지 않고, 그 배당금 역시 쥐꼬리만 하겠지만, 자신들이 벌어들인 것을 나눠 가져가면 부스러기만 한 주인의식이라도 생기지 않을까요.
딴에는 훌륭한 생각인 것 같아 직원들에게 장황하게 설명했으나 역시나 그다지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괜한 짓을 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말씀드렸듯 현실은 다음 달 월급을 확신할 수 없는 영세사업자여도 마음만은 글로벌 대기업의 총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언젠가 지금의 직원들이 이사 명패 뒤에 앉아 ‘그런 때도 있었지요’ 하며 오늘의 일을 회상하는 미래를 꿈꿉니다.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틀려먹은 계획도 아닐 겁니다.
글·그림 김보통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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