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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디자인 미학의 대명사, 이솝의 30년-소비자가 경험하는 아이덴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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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고한 브랜드 철학으로 지난 33년 간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은 이솝이 『이솝:더 북』이라는 사진집으로 브랜드 철학을 집대성했다. 뷰티 제품이 아닌 리빙 제품이라고 오해받을 만큼 철저히 디자인 완성도에 집중해 왔던 지난 30년. 디자인 미학과 브랜드의 동반 성장의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여 준 사례다.

시티라이프

1, 2,3 도시마다 다른 이솝의 직영 매장. 서로 다른 건축가에게 의뢰해 브랜드 정체성과 각 지역색을 버무린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이 매장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들은 이솝을 라이프스타일의 세련된 동반자로 여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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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쪽에 달하는 『이솝:더 북』을 사기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이미 절판이란 두 글자가 선명하다. 브랜드 마니아의 열정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간단한 도서 설명을 읽다 보면 눈에 띄는 게 있는데 바로 ‘어울리는 대상: 디자인 마니아, 예술 마니아’라는 문장이다. 스킨 케어 브랜드에서 나온 책, 심지어 창립자인 데니스 파피티스가 지난 33년에 담긴 브랜드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출판했다고 했을 만큼 정체성이 뚜렷한 책이다. 그런데 책의 주요 대상 독자가 뷰티 마니아가 아니라 디자인 마니아라니. 역시 ‘이솝’답다. 그들은 완벽한 노화 개선, 완벽한 피부에 대한 호들갑스런 광고를 하지 않는다. 제품의 성분, 효능을 강조하는 대신 매장과 패키지를 통한 일관된 디자인 메시지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신문이나 잡지에 광고를 하는 대신 매장 연출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 공간 속에서 소비자가 직접 경험하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솝의 매장은 도시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연출하고 인테리어 소재와 디자인은 각 로컬 컬러에 맞춰 소비자들에게 섬세하게 다가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이 모든 다양성을 아우르는 정갈하고 심플한 브랜드 정체성은 완벽하게 유지된다. 뭐니 뭐니 해도 공간 디자인에 방점을 찍는 것은 일렬 횡대로 디스플레이된 갈색 병들이다. 갈색 병으로 상징되는 제품 패키지는 고급스런 힐링 라이프 스타일의 대명사가 된 지 이미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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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더 북』 린넨 양장본으로 제품 제조에서 공간 디자인,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이솝의 지난 30여 년을 담은 연대기가 뛰어난 사진과 아카이브 이미지로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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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은 매장에서 뷰티 제품만 팔지 않는다. 문학, 여행, 디자인, 철학 등 좀 더 이상적인 삶을 원하는 이들의 커뮤니티가 돼 준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선반에 놓인 책을 뒤적이고,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영상을 감상하기도 한다. 이솝이 그 어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보다 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같은 이유다.

결국 이솝은 이 시그니처 매장을 브랜드의 비주얼 마케팅 요소로 완벽하게 사용하고 있다. 제품, 그리고 공간, 이 두 가지 요소를 통해 강력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대중에게 각인시킨다. 이런 비주얼 마케팅은 판매만을 위해 안달복달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기준을 지키는 자존심 있는 브랜드라는 인상을 준다. 이 모든 것은 세심한 디자인의 힘을 신봉하는 이솝의 철학이다. 실제로 호주 멜버른의 이솝 본사를 방문하면 흰 공간에 흰 옷을 입은 직원들이 허먼 밀러의 에어런 체어에 앉아 자료를 보고 클래식한 검은색 빅볼펜을 사용해 일을 한다고 한다. 생활 속에서 브랜드의 일관된 디자인 철학을 보여 주는 게 그들의 목표다. ‘단순함, 무결성, 진정성’을 갖춘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생활을 한 단계 높은 방향으로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순하고 솔직한 브랜드. 세상의 수천만 가지 스킨 케어 제품 속에서도 유독 이솝 브랜드가 빛나는 이유는 바로 디자인의 힘으로 제품의 좋은 면을 어필하는 데 천재적이기 때문이다. 그 빛나는 재주가 8만4000원이나 하는 2.8㎏의 브랜드 북을 앞다퉈 사는 마니아 군단을 만들어 냈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이솝]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05호 (19.10.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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