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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욜로(YOLO)’라는 단어를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것 같다. ‘네 인생은 한 번 뿐이다(You Only Live Once)’를 외치며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의 확실한 행복을 버리지 않겠다는 신념이기도 하다. 욜로는 의미 있는 철학이지만 재테크 관점에서는 생각해볼 포인트가 많다. 반드시 미래는 현실로 다가오고 현재 준비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미국을 중심으로 욜로와는 반대인 ‘파이어족’이 등장하고 있다.
파이어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젊은 고학력 고소득 계층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금융위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자라 온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 이들은 돈을 모아야겠다고 다짐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직장 내 스트레스가 심해진 상황에서 자산 마련의 중요성을 더욱 깊이 깨달았다.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주는 자산을 빨리 만들고 빨리 은퇴해 이자소득으로 살자는 전략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소개한 미국의 ‘파이어족’ 사례를 소개한다. 미국 시애틀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실비아 홀(38)은 11평짜리 소형 아파트에 살며 한 달 식료품비로 75달러(한화 8만8500원 정도)를 지출한다. 나머지는 모두 저축한다. 40세가 되는 해에 조기 은퇴하기 위해서다. 미국 변호사는 미국 내 상위 25개 고소득 직종의 하나로 평균 연봉이 9만6678달러(한화 1억1414만 원 정도)에 달한다. 연봉의 대부분을 저축하면 금세 큰 자산을 모을 수 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먹거리를 스스로 재배하거나 할인, 떨이 식품을 찾아 다니고, 내 집 마련보단 작은 전셋집에 살며 오래된 차를 타는 사람도 일종의 파이어족이다. 욜로가 당장을 즐기자는 생활방식이라면, 파이어족은 은퇴 이후의 삶을 즐기자는 사고방식이다.
파이어족을 자처한 30대 류지영 씨는 “젊을 때 할 수 있는 일이 많기 때문에 젊을 때 벌어두려 한다. 젊어서는 돈이 없어도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 많다. 하지만 은퇴 뒤에는 돈이 없으면 힘들다. 은퇴 뒤 즐거운 삶을 기대하며 절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연한 얘기지만 파이어족 필수 요건은 노후자금 비축과 근검절약이다. 은퇴 후 수입이 없을 때를 대비해 철저히 모아야 한다. 미국 파이어족 평균 노후자금 목표 금액은 약 11억~22억 원 정도라고 한다. 이 돈을 활용해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얻은 연 5~6% 수익금을 노후 생활비로 사용한다. 10억 원을 넣어두고 연 5% 수익률이라면 연 수익이 약 5000만 원 정도로 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다. 때문에 이들은 젊은 시절부터 경제와 금융시장동향 공부에 집중한다.
금융전문가 조언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금융상품을 고르기 위해 모든 인맥과 정보를 활용한다. 『파이어족이 온다』 저자는 파이어족은 확실한 정보라면 주식시장에서 단타 매매도 망설이지 않는다고 특징을 설명했다. 은퇴 후에도 파이어족 생활은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비싼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폴란드까지 가서 싼 값에 치아스케일링을 받고, 자녀는 저렴한 공립학교에 보낸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한다. 40세에 은퇴하면 인생 절반 이상을 일 없이 살아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단 안정적인 재무상황을 구축했다면 제2의, 제3의 경력을 갖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직장 스트레스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벗어나고 싶은 2030세대의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글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05호 (19.10.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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