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소킨 지음 / 조순익 옮김 / 북스힐 펴냄 |
뉴욕은 세계의 중심이다. 콧대 높은 뉴요커들만의 망상이 아니다. 많은 건축가들에게도 그렇다. 뉴욕의 고층건물은 공중공간의 사용권인 공중권(air right)을 교환한 끝에 지어졌다. 시민들은 이 과정에서 쫓겨나는 이와, 거대한 건물을 소유한 이와, 이를 이용하는 이로 나뉜다. 정의로운 도시란 무엇인가라고 이 책이 묻는 이유다. 1960년대 뉴욕시장 로버트 모지스의 근대적 개발계획에 맞선 도시학자 제인 제이콥스는 정의로운 도시를 만들기 위한 좋은 선례와 교훈을 남겼다. 책은 그녀의 후계자인 마이클 소킨이 40여 년을 보낸, 승강기도 없는 그리니치빌리지 한복판 아파트에서 살았던 기억을 들려주며 시작한다. 옆집 이웃부터 집주인, 지방자치단체, 젠트리피케이션까지 갖은 적과 악전고투를 벌이며 살았지만, 그곳에서 저자는 건축과 비평 모두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에 따르면 도시는 “공간과 신체와 권력을 조직하는 분배의 엔진”이다. 조화로운 동네는 모두에게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서 직장·상업·여가·교육·환경 등의 요소를 제공받아야 한다. 건축의 배열이 다채로울 때 이런 이상은 가능해진다. 바리스타와 보일러공, 은행원이 함께 살고, 인종과 민족의 근본적인 통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낡은 아파트에 살던 그에게 가장 큰 축복은 20년 넘게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볼 수 있었던 것. 그러다 프랭크 게리의 76층 아파트가 눈앞에 생기면서 새로운 조망권을 얻었다. 200여 년에 걸친 기술적 혁신 즉 철골과 엘리베이터, 원격통신 등의 집합체인 이 빌딩은 사업 초기 골치 아픈 오명에 휩싸였다. 단지가 너무 크고 자기만을 뽐낸다는 평을 받았고, 금융시장이 붕괴하면서 게리는 해고됐다. 저자는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이 기하학적인 건물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뉴욕이 허세만 남은 부자의 황무지로 전락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린 비판에 반박하는 좋은 본보기라고 제시한다. 이 아름다운 건물이 계급투쟁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정신적 고향과 같은 그리니치빌리지를 위한 12가지 긴급 제안을 건넨다. 모든 스트리트의 한쪽 차선을 녹지로 채우고, 모든 지붕을 녹화하며, 시민들이 건널 수 있게 하고, 서점과 같은 특별한 용도의 공간을 지켜내고, 주점을 훨씬 더 늦게까지 열어 두자는 것. 트럼프에 대항하는 건축이란 장도 있다.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건 5000억 달러의 기반시설 확충 예산 중 얼마나 많은 금액이 대중교통에, 위태로운 해안선을 재구성하는 데, 쓰레기 처리와 재사용을 위해 사용될 것인지 그는 묻는다. 이 모든 게 건축가의 윤리적 영역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양한 글감을 통해, 소란스럽고 여러 목소리가 공존하는 뉴욕 건축계의 풍경을 눈앞에 그려내는 책이다. 건축과 뉴욕을 좋아한다면 ‘글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도시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저자는 “도시가 꿈의 용광로가 되려면 모든 몽상가를 자극하는 집이 되어야 한다”는 제인 제이콥스의 말을 빌려 뉴욕의 미래를 기원한다.
▶여자는 문과, 남자는 이과라는 착각 『여자의 뇌, 남자의 뇌 따윈 없어』
송민령 지음 / 동아시아 펴냄 |
남녀는 어학 능력이나 수학 능력에서 차이가 있다. 이는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갖고 있는 오해와 미신들이다. 뇌과학자 송민령은 과학적 근거를 통해 뇌의 능력은 남녀 간에 차이가 없거나 경미하여 논의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199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이뤄진 242개의 연구의 데이터(무려 120만 명의 아동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를 분석한 메타 연구에 따르면 남녀의 수학 능력에는 차이가 없다고 한다. 다른 메타 연구들도 수학 능력뿐만 아니라, 언어 능력, 공격성, 리더쉽, 인성, 도덕적 추론 등 많은 부분에서 남녀 간에 차이가 없거나 작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남학생은 이과, 여학생은 문과가 적성이라는 말도 얼마나 근거 없는 편견인지 알 수 있다.
뇌과학에 관해 궁금했던 모든 것, 무엇이든 알려주는 책이다. 저자는 전작 『송민령의 뇌과학 연구소』를 내고 강연을 하며 다양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 과정에서 대중이 뇌와 뇌과학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잘못 알려진 속설을 바로 잡는 이 책을 펴낸 이유다. 저자는 뇌과학이 답해주리라 기대하는 질문들이 감정과 이성에 대한 질문이거나,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 ‘천재의 뇌’, ‘효과적인 공부 방법’처럼 사회적인 맥락에서 생겨난 질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심리학, 인지과학, 행동 경제학 등이 더 잘 대답해줄 수 있다는 말이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05호 (19.10.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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