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조성경기자] 배우 천정명이 다크한 느와르에 대한 갈증을 털어냈다.
21일 개봉하는 영화 ‘얼굴 없는 보스’(송창용 감독)으로 ‘목숨 건 연애’(송민규 감독·2014) 이후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천정명은 그동안과는 전혀 다른 결의 모습으로 시선을 끈다. ‘얼굴 없는 보스’는 건달이 되면 멋진 남자로 폼 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일념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올랐지만 끝없는 음모와 배신 속에 모든 것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보스의 실화 감성 느와르 영화. 여기서 천정명이 마침내 보스의 자리에 오르지만 매일 피바람 부는 지옥 같은 현실 속에 사는 권상곤 역을 맡았다.
앳된 외모로 훈련소에서는 ‘악마 조교’라는 별명을 얻으며 군복무를 해 팬들에게 신선한 매력을 안겼던 그가 이번 영화로도 이미지 변신을 기대했다. 천정명은 “‘얼굴 없는 보스’는 기존에 했던 장르와 달라서 새로운 시도를 추구하고 싶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양한 장르를 하다보면 연기적인 부분에서도 도움이 될거 같고, 기존에 좀 해보고 싶었던 장르이자 영화스타일이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변신을 꾀하는 진짜 이유를 밝혔다. “제 생각엔 제가 로맨틱코미디(로코) 이미지에 많이 박혀있다고 해야하나 고정돼 있다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싶었다”는 것. 물론 팬들의 우려도 모르지 않았다. 그는 “팬들도 저를 좋아하는 분들은 그런 (로코) 이미지를 좋아하는 걸 수 있으니까 우려하는 분도 있었다. ‘로코에 좀더 잘 어울리는 거 같으니 그런걸 더 해주세요’ 하고 표현하는 분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제가 배우다 보니까 좀더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었다”면서 “기회가 들어왔는데 놓치고 싶지도 않았다. 예전부터 좋아한 장르였다. 그래서 도전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범죄 액션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천정명은 “영화 ‘강적’(조민호 감독·2006)이 있었다. 그 작품 출연 뒤에는 비슷한 장르의 작품 제의가 있기도 했다”면서 “그런데 그때는 좀더 관심이 가는 작품들이 로코였다. 드라마도 더 많이 들어온것 같다. 그래서 로코를 쭉 하게 됐는데 그러다보니 제가 로코를 쭉 해오다보니까 액션이나 느와르가 잘 안 들어오더라”고 설명했다.
시사회 후 스크린으로 확인한 자신의 변신한 모습에 대한 소감은 어떨까. 영화 결과물에 대해 대체로 만족감을 표시한 천정명은 “제가 저 자신을 보는 건 늘 어색하지만, 그래도 연기적인 면에서는 저 나름대로 노력했다”면서도 “준비하는 과정을 갖다보니까 (내게서) 또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더라. 그래서 영화하는데 있어서 재밌게 촬영했다”고 이야기했다. 건달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액션 훈련과 체중감량 등이 이뤄진 게 화면으로 많이 드러난 것. 천정명은 “기존 건달 이미지라고 하면 덩치도 커야할거 같고 해서 그렇게 준비하려다가 감독님과 상의하고, 고민한 끝에 날카롭고 날렵하게 보이는게 좋지 않을까 하면서 체중을 감량했다. 액션연습을 열심히 하니까 자연스럽게 빠지더라. 13~14㎏ 정도 빠진 것 같다”고 했다.
기존 많은 작품에도 건달 캐릭터가 많았기에 어떻게 차별점을 주려 했을지도 궁금했다. 그는 “기존에 봐왔던 영화 느와르는 화려하다고 해야하나. 그런걸 좀 거둬내고 현실세계에서 있을법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그분들 삶도 자세히 들어가서 보면 그렇게 화려하지만은 않을거다. 정말 그냥 인간이 똑같이 사는것처럼 사는걸 더 보여주려고했다”고 말했다.
건달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면을 많이 표현하려 한 만큼 천정명이 실제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면도 있었다고 했다. 동생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의리를 지키려는 모습이 그랬다. 천정명은 “친한 형들이나 친구, 동생들도 있는데, 한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잘 가지고 가려고 한다. 서운한게 있어도 바로바로 이야기하고 조율해서 풀려고 한다. 의리라든지 우정 같은 걸 좀 중시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캐릭터에 몰입했다고 해도, 금수저였던 배경을 뒤로 하고 조직에 발을 들이는 상곤의 모습에는 얼마나 공감할수 있었을까. 그는 “대본을 보고 계쏙 배역을 연구하다보니까 동화가 많이 됐다. 처음에는 마냥 ‘왜 저런세계에 있을까, 그런 세계에 있으면 안좋은 상황도 있고 멋있는 상황만 있는건 아닌데’ 했는데, 시나리오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느꼈던건 ‘그럴수도 있겠다. 정말 편한 친동생처럼 지내다가 그쪽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될수도 있겠다 싶었다. 한마디로 적셔지게 되는거 같았다”고 돌아봤다.
뒤이어 교도소 장면을 촬영하는 동안 숨 막히는 갑갑함을 느낀 경험을 비롯해 영화를 통해 “간접 경험이지만, 교훈도 있었다”고 말한 천정명은 비극적인 결말에도 감흥이 남달랐다고 했다. 또한, 그는 “평소에도 여운을 남기는게 좋은데, 이번에도 그래서 나쁘지 않았다. 원래 새드엔딩을 좋아하고, 다크한 걸 좋아한다. 범죄 스릴러나 느와르를 좋아하고, 영화도 좀 어두컴컴한 톤 다운된 걸 좋아한다. 이번 영화로 그동안 갈증이 풀린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이런걸 한번 했다고 이미지가 확 바뀌는 건 아니겠지만, 배우로서 좀더 롱런해야한다면 여러가지 모습으로 영화에서도 얼굴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다. 제 욕심이지만 다양하게 하고 싶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한편, 이제 해가 바뀌면 그의 표현대로 “40대로 진입”하는 천정명이다.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을까. 천정명은 “결혼은 아직 생각 안 해봤고, 지금은 일에 좀더 집중하고 싶다. 일로서 좀더 보여줄때인 거 같다. 저도 20대가 있었고, 30대를 지나서 40대로 진입하는데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줘야한다. 내려놓을거 있으면 내려놓고 보여줄게 있으면 보여줘야한다. 그래도 연기 열정만은 가지고 있다. 아직 충분히 보여줄게 더 있다고 생각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그렇기에 “결혼을 해버린다면 (활동에)제약이 될 것 같다”는 천정명은 “40대의 천정명 이미지를 잘 구축해서 또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야 50대를 맞았을 때 그 이미지로 60대까지 갈수 있을거다. 준비를 차근차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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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좋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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