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스타트업인 고젝이 22일 하남 KDB 디지털스퀘어에서 IR(기업설명회)을 개최한다. 이번 IR은 원래 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1층의 IR센터에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국내 벤처캐피탈(VC)과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의 참석 요청이 쇄도하면서 공간이 큰 하남 디지털스퀘어로 장소를 옮겼다.
인도네시아 최대 스타트업인 고젝의 오토바이 기사들이 주문을 확인하고 있다. /블룸버그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젝은 2010년 설립된 인도네시아 최대 스타트업이다. 차량 공유에서 시작해 음식 배달, 핀테크, 종합생활서비스 등 다양한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으로 치면 네이버와 카카오(035720)를 합친 수준의 회사다. 미국의 구글, 중국의 텐센트 등 굵직한 글로벌 IT 기업이 고젝에 투자했고 누적 투자액만 33억달러(약 3조8000억원)에 이른다.
기업가치는 100억달러(약 12조원)로 추정된다. 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기업을 '데카콘'이라고 부르는데 전 세계에 고젝을 포함해 22곳에 불과하다. 얼마전 KPMG인터내셔널과 H2벤처스가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을 발표했는데 고젝은 차량공유 서비스로 시작한 스타트업이지만 이 리스트에서 4위를 차지했다. 국내 최대 핀테크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29위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고젝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고젝은 이번 서울 IR에 글로벌 사업부문 대표를 포함해 주요 임원을 여럿 파견했다. 고젝은 올해 7월 시리즈F 투자까지 유치했지만 서울에서 IR을 진행하는 건 그만큼 한국 기업과의 협업 가능성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과 은행들은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호응해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고젝과 함께 동남아시아 차량공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싱가포르 스타트업 '그랩'의 경우 현대차(005380)그룹과 삼성전자(005930)가 이미 투자·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고젝은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동남아 지역의 일상 생활을 점령한 서비스나 마찬가지"라며 "동남아 지역에 진출하려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는 고젝과의 협업이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젝의 서울 IR은 산업은행과의 인연 덕분에 성사될 수 있었다. 산업은행은 지난 7월 서울에서 개최한 '넥스트라이즈 2019' 행사에 고젝을 초청해 국내 벤처업계와의 만남을 진행했고, 지난 9월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벤처투자 플랫폼 행사인 'KDB 넥스트라운드'를 개최하기도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혁신성장과 신남방정책을 강조하는 이동걸 회장의 정책 덕분에 고젝과의 협업이 가능해졌다"며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스타트업인 고젝이 서울에서 IR을 개최하는 건 그만큼 한국 벤처투자업계가 성장했다는 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