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대전역을 찾은 철도 이용객들이 열차 운행차질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열차 한 대가 정차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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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일단 파업의 원인 등은 내버려 두고 장거리 직장인 중 한명으로서 출퇴근을 생각하면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기자의 집은 경기도 오산이다. 이곳에서 회사·담당 출입처가 있는 서울을 오간다.
보통 출근길은 오산대역(광역전철 탑승)→수원역(하차·여객열차 환승)→서울역(하차) 코스다. 퇴근은 서울역(여객열차 탑승) 등으로 반대다. ‘철도’를 꼭 이용해야 하는 길이다. 파업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가뜩이나 배차 간격이 긴 오산대역의 전철 시간표가 바뀌면서 여러 변수의 ‘방정식’을 풀게 됐다. 수도권 외곽인 오산, 평택, 천안지역에서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첫날인 20일 오후 서울역에 출발 안내 화면에 운행이 중지된 열차가 표시돼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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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배차…자칫 낭패 볼 수도
파업 둘째 날인 21일부터 오산대역에 오전 6시 53분 서울 광운대행 전철이 서지 않는다. 이 전철을 타야 4 정류장 떨어진 수원역에 14분 후쯤 내릴 수 있다. 자연스레 경부선 플랫폼으로 이동한 뒤 오전 7시 16분 서울역으로 떠나는 무궁화호 여객열차 환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당분간 이 무궁화호를 타려면 26분이나 빠른 이전 전철(오전 6시 27분)을 타고 수원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오히려 전철의 지연이 반가운 웃지 못할 일이 됐다.
더욱이 수도권 외곽 시민들의 불편이 우려되는 건 오전 7시 시간대 전철 배차가 일회만 편성(12분 광운대행)돼 있다는 점이다. 편성 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던 어르신 등이 만약 오전 7시 15분쯤 역사에 왔다면 낭패다. 다음 전철은 오전 8시 3분 차량이기 때문이다. 낮 12시, 오후 1시대에도 일회 편성이다. 이마저도 오후 1시대 편성은 서울 행이 아닌 두 정류장 떨어진 화성 병점역행이다.
21일 오전 출근시간대 수원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여객열차의 표가 매진이다. [사진 코레일 앱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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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예매 뺨치는 오전 7~8시 표
수도권 출근 시민이 몰리는 오전 7시~8시 사이 수원역→서울역행 여객열차표는 콘서트 예매 뺨친다. 평상시에도 일찌감치 매진되기 일쑤다. 파업 첫날인 이날 오후 17시 현재 21일 표 역시 ‘매진’이다. 22일은 예약 대기 상태다. 25일은 오전 7시 16분, 49분 열차는 매진이고 오전 8시 4분, 14분 차는 예약 대기다. ‘콩나물 입석’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앞서 지난달 초 철도노조는 경고성 태업에 들어간 적 있다. 용산역서 오후 10시 45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야 수원역에서 내린 뒤 천안 방향 막차를 간신히 갈아탈 수 있다. 당시 용산역 스피커에는 정확한 시간 공지 없이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만 계속 흘러나왔다. 매표소 직원에게 화를 내는 시민은 여럿이었다. 결국 수원에서 병점역까지만 운행하는 막차를 탔던 기억이 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첫날인 2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파업 안내문을 보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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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지친 시민 '발 동동' 구르게 해
전날(19일) 오전 오산대역서 지연 안내문을 본 한 60대 남성이 다짜고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돈 많이 주고 편하니까, 그렇지!”였다.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비난이지만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하지 못하는 시민이 여럿이다. 노조 안에서조차도 반대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의 찬성률은 53.8%였다.
물론 철도노조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시민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상황이 됐다. 시민 반응은 냉소적이다. 철도파업 소식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는 “국민을 볼모로 하는 파업 (…) 취업 못 한 청년 많다”(아이디 sbon****) 등 댓글이 달렸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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