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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오산~서울' 출퇴근 기자가 체감한 3년만의 철도노조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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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전국 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대전역을 찾은 철도 이용객들이 열차 운행차질로 큰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열차 한 대가 정차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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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일단 파업의 원인 등은 내버려 두고 장거리 직장인 중 한명으로서 출퇴근을 생각하면 솔직히 걱정이 앞선다. 기자의 집은 경기도 오산이다. 이곳에서 회사·담당 출입처가 있는 서울을 오간다.

보통 출근길은 오산대역(광역전철 탑승)→수원역(하차·여객열차 환승)→서울역(하차) 코스다. 퇴근은 서울역(여객열차 탑승) 등으로 반대다. ‘철도’를 꼭 이용해야 하는 길이다. 파업에 직접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가뜩이나 배차 간격이 긴 오산대역의 전철 시간표가 바뀌면서 여러 변수의 ‘방정식’을 풀게 됐다. 수도권 외곽인 오산, 평택, 천안지역에서 전철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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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첫날인 20일 오후 서울역에 출발 안내 화면에 운행이 중지된 열차가 표시돼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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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든 배차…자칫 낭패 볼 수도



파업 둘째 날인 21일부터 오산대역에 오전 6시 53분 서울 광운대행 전철이 서지 않는다. 이 전철을 타야 4 정류장 떨어진 수원역에 14분 후쯤 내릴 수 있다. 자연스레 경부선 플랫폼으로 이동한 뒤 오전 7시 16분 서울역으로 떠나는 무궁화호 여객열차 환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당분간 이 무궁화호를 타려면 26분이나 빠른 이전 전철(오전 6시 27분)을 타고 수원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오히려 전철의 지연이 반가운 웃지 못할 일이 됐다.

더욱이 수도권 외곽 시민들의 불편이 우려되는 건 오전 7시 시간대 전철 배차가 일회만 편성(12분 광운대행)돼 있다는 점이다. 편성 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던 어르신 등이 만약 오전 7시 15분쯤 역사에 왔다면 낭패다. 다음 전철은 오전 8시 3분 차량이기 때문이다. 낮 12시, 오후 1시대에도 일회 편성이다. 이마저도 오후 1시대 편성은 서울 행이 아닌 두 정류장 떨어진 화성 병점역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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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출근시간대 수원역에서 서울역으로 향하는 여객열차의 표가 매진이다. [사진 코레일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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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예매 뺨치는 오전 7~8시 표



수도권 출근 시민이 몰리는 오전 7시~8시 사이 수원역→서울역행 여객열차표는 콘서트 예매 뺨친다. 평상시에도 일찌감치 매진되기 일쑤다. 파업 첫날인 이날 오후 17시 현재 21일 표 역시 ‘매진’이다. 22일은 예약 대기 상태다. 25일은 오전 7시 16분, 49분 열차는 매진이고 오전 8시 4분, 14분 차는 예약 대기다. ‘콩나물 입석’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앞서 지난달 초 철도노조는 경고성 태업에 들어간 적 있다. 용산역서 오후 10시 45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야 수원역에서 내린 뒤 천안 방향 막차를 간신히 갈아탈 수 있다. 당시 용산역 스피커에는 정확한 시간 공지 없이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만 계속 흘러나왔다. 매표소 직원에게 화를 내는 시민은 여럿이었다. 결국 수원에서 병점역까지만 운행하는 막차를 탔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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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첫날인 20일 오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파업 안내문을 보고 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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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지친 시민 '발 동동' 구르게 해



전날(19일) 오전 오산대역서 지연 안내문을 본 한 60대 남성이 다짜고짜 화를 내기 시작했다. “돈 많이 주고 편하니까, 그렇지!”였다. 전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비난이지만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하지 못하는 시민이 여럿이다. 노조 안에서조차도 반대 목소리가 컸다고 한다. 파업 여부를 묻는 투표의 찬성률은 53.8%였다.

물론 철도노조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가뜩이나 힘든 시민의 ‘발’을 동동 구르게 하는 상황이 됐다. 시민 반응은 냉소적이다. 철도파업 소식을 다룬 기사의 댓글에는 “국민을 볼모로 하는 파업 (…) 취업 못 한 청년 많다”(아이디 sbon****) 등 댓글이 달렸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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