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무소속 의원은 최근 정치적 고향이자 현 지역구인 경기도 광명을에서 약 8년 만에 이사했다. 이 의원의 이사 소식에 지역구민들은 예상했다면서 아쉬움과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20일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이 의원 지역구 사무실은 불만 켜진 채 아무도 없었다. /광명=박숙현·문혜현 기자, 김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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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 이언주 떠나간 광명을 빈자리 누가 꿰찰까
[더팩트ㅣ광명=박숙현·문혜현 기자] 2012년 정치 신인 이언주를 재선(19·20대) 의원으로 만들어준 경기도 광명(을) 주민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의원이 최근 돌연 이사했기 때문이다. 예상했던 주민들이지만, 아쉬움과 배신감은 어쩔 수 없어 보였다.
20일 <더팩트>는 이 의원이 지역구인 광명을에서 이사한 사실을 확인했다. 최대 번화가인 하안 사거리 일대와 이 의원이 최근까지 거주했던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도 그의 이사 여부는 관심사였다.
이 의원이 거주하던 아파트의 경로당에서 만난 한 주민(60대·남성)은 "이사 갔는지 안 갔는지 모르겠다. 궁금해서 물어봤었는데 관리사무소에선 비밀이라고 해서 자꾸 물어볼 수가 있어야지"라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또 다른 주민(60대·남성)은 "이사하는 날 '누가 이사가냐'고 청소하는 분께 물어봤다. 그러니까 이 의원이 이사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어디로 가냐'고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히 이 주민은 이 의원과 엘리베이터에서도 가끔 마주쳤을 때 "이어폰을 끼고 돌아다니는 걸 제한하도록 법을 내달라고 했더니 이 의원이 '잘 생각해보겠다'고 하더라"라고 에피소드를 꺼냈다. 이 의원이 그만큼 지역구민들과 격이 없이 소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주민의 말에선 아쉬움과 섭섭함이 묻어났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후 이 의원의 행보에 실망한 주민들 대부분은 이사를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지역구 사무실 인근 문구점 사장 A 씨는 "여기 버린 지 (오래됐다). 완전히 꽝이지 꽝. 다른 지역 가도 그럴 것"이라고 혹평했다. 이 의원이 최근까지 거주했던 아파트 인근 주민은 "이미 마음이 (광명에서) 딴 데로 떠난 거로 알고 있다. 가겠지. 요즘엔 이 의원을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언급을 꺼렸다.
두 번이나 이 의원을 선택해서인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똑순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당을 여러 차례 바꿔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왔다.
광명시 하안동에 위치한 이언주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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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구점 사장 A 씨는 "민주당 지지를 얻은 국회의원이 그런 짓을 하고 다니면 사람들이 좋아하겠나. 부끄러워서 못 올 것"이라며 "최근 행보를 보면 너무 형편없다. 이용하기 위해 간도 쓸개도 내줄 사람"이라는 지적했다. 이 의원은 2012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민주당 전신)에 입당했다. 19대 총선에서 이 의원이 당선되기 전까지 전재희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내리 3선을 했던 곳이다. 주민들은 정치신인이었던 이 의원을 20대 총선에서도 다시 선택했을 정도로 그를 아꼈다. 그러나 이 의원은 19대 대선 전 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이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바른미래당 소속이 됐다가 현재는 탈당해 무소속이다.
이런 이유로 이 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탐탁지 않게 보았다. 이 의원 아파트 인근 주민(60대·여성)은 "똑똑한 건 아는데 이쪽저쪽 간 보는 게 조금 그렇다. 그건 기회주의적인 거다. 차라리 뚝심 있게 갈 거면 아예 옮기던가. 예전에는 이 의원이 밤 11시에도 돌아다닐 만큼 굉장히 지역구 활동을 많이 하고 관리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소리를 못 듣는다"고 비판했다.
반면 취재진이 만난 주민 중엔 8년간 지역구를 관리하고 대표해온 이 의원을 '똑똑한 사람'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취재 중 이동하며 만난 한 택시 기사(50대·남)는 "이 의원이 잘하는데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게 문제 같다. 그분이 똘똘해서 평은 굉장히 좋았다"고 했다. 이 밖에 "없는 사람 편에 서서 똑똑하게 했다. 여긴(광명) 그 양반 팬들이 많다", "휩쓸리지 않고 자기 말을 하는 것은 좋다. 바른 소리 하는 건 이 의원 특성인 것 같다"(인근 아파트 거주 주민), "여기선 그 양반이 똑똑하다는 평가다. 개인적으론 그 양반이 큰일 해낼 것 같다"(아파트 경비원) 등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이언주 의원의 이사와 최근 정치적 행보에 광명을 지역구민들 대부분은 "똑똑한 건 아는데 이쪽저쪽 간 보는 게 조금 그렇다. 그건 기회주의적인 거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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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의원이 이달 말 예고한 신당 창당에 대해선 알지 못하거나 부정적인 평가가 대체적이었다. 오히려 이 의원이 바른미래당에 복당하거나 자유한국당에 입당한다면 승부해볼 만 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의원이 거주했던 아파트의 한 주민은 "신당을 창당하면 힘들지 않겠나. 여기가 워낙 민주당 쪽이 세다. 바른미래당이나 한국당으로 나온다면 해볼 만 하다고 본다. 그런데 창당을 하면 (도와줄 세력)이 없어 힘들 것"이라며 "이 의원이 만약 (광명을에 출마) 하면 승산 있을 수 있을 거다. 너무 코앞만 보고 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사장도 이 의원의 신당 창당에 대해 "자기 신념으로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것 자체는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힘이라는 게 합쳐야 하는데 혼자 힘으론 안 된다"라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이언주 의원이 광명을에서 이사하면서 내년 총선 여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고향인 부산 영도로 출마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합의안 추인에 반발하며 바른미래당 탈당 선언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이 의원.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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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의원이 광명을을 떠날 경우 내년 총선에서 그 빈자리를 누가 차지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에선 강신성 지역위원장과 양기대 전 광명시장이 경선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당에선 김기윤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일찌감치 바닥 민심을 다잡고 있다.
선거 구역이 갑과 을, 두 곳으로 나뉘는 광명시는 현재 친민주당 성향이 강한 곳이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보수 정당이 우위에 있었지만, 소하택지, 광명역세권 개발 등으로 젊은 세대가 대거 유입되면서 민주당의 신흥 강세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내년 총선에서 여야 어느 쪽도 확실한 우위에 있지는 않다는 평가다.
중진 물갈이를 예고한 민주당이 '혁신' 가치를 선점하며 지역구 수성에 성공할지, 정권심판과 보수 재건을 전면에 내세운 한국당이 광명을 되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의원의 광명을 출마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이곳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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