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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주차된 차량에 적힌 전화번호로 광고 문자, 처벌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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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A(35)씨는 지난달 저렴한 가격에 광택·세차 등 자동차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광고 메시지를 받았다.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차량 앞유리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누군가 광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A씨는 명백한 불법 광고라는 생각에 메시지를 보낸 이를 경찰에 신고했다.

최근 모르는 번호로 각종 광고가 담긴 문자 메시지를 받는 경우가 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관련 업체 관계자들이 주차된 차량 내 적혀있는 휴대전화 번호를 보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이들을 처벌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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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선중 기자 =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9.11.20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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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경찰에 따르면 차량에 적힌 전화번호를 보고 광고 문자 메시지를 보낼 경우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개인정보에 속하는 전화번호를 무단으로 수집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하기 위해선 당사자 동의가 필요하고, 제3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할 때도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둘째로 건조물 침입 혐의도 적용할 수 있다.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건물 안으로 침입했기 때문이다. 형법 제319조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건조물 등에 침입하는 행위는 건조물 침입죄에 해당한다. 이를 위반할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실제로 새벽 시간대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며 주차된 차량 400여대의 유리창에 붙어 있는 전화번호를 수집한 20대 남성 C씨가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은 B씨에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건조물 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모두가 처벌 대상인 것은 아니다. 처벌을 위해서는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아파트에 침입해 전화번호를 수집했다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위법성을 면밀하게 입증해야 하는 셈이다. B씨의 경우 경찰 조사 결과 한 아르바이트 업체에 전화번호 1건당 100원에 넘기기로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입건 대상이 됐다.

반대로 A씨가 신고한 사건의 경우 메시지를 보낸 업체 관계자가 특정됐으나, 다른 차량을 세차하기 위해 아파트 단지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A씨의 차량을 보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선 정당한 목적이 있던 것이다.

경찰은 부정한 의도를 가지고 A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 할 근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업체 관계자를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다.

지난 1월 광주에서도 한 분양업체 직원이 모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가 전화번호를 수집하다 적발됐으나 입건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당시 경찰은 단순히 차주가 공개한 연락처를 휴대전화에 저장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규정하는 '부당한 방법을 통한 정보 수집'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상식상 단순히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가서 차주가 스스로 공개한 전화번호를 저장한 행위 자체를 처벌하기는 어렵다"며 "만약 경찰 수사를 원한다면 전화번호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행위가 담긴 CC(폐쇄회로)TV나 블랙박스 영상과 함께 고발장을 제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sunja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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