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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앱에 남긴 내 '쌍수 정보'가 3만원에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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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중개하는 '성형 광고 앱' 성행]

수술 할인행사 참여한 환자 정보, 건당 2만~6만원 받고 병원에 넘겨

의료계 "정보 불법 매매" 지적에 복지부 "의료법 저촉될 소지 높다"

앱 업체 "광고만 하는것, 불법아냐"

서울 강남구에서 개인 병원을 운영하는 A 원장은 지난달 성형외과 수술 광고 앱 '바비톡'에 가입 문의를 했다. 이 앱은 병원이 보톡스·리프팅 등 성형외과 시술 할인 행사 광고를 올리고 앱 사용자가 행사 참여를 누르면, 해당 병원으로 신청한 사람의 이름·연락처 등 개인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그런데 바비톡이 A 원장에게 보낸 소개 자료에는 개인 정보 한 건당 광고 단가가 수술 비용에 따라 1만7000원에서 6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예컨대 앱 사용자가 한 성형외과의 쌍꺼풀 수술 할인 행사(77만→39만원)에 참여하면 해당 병원으로부터 3만원의 광고비를 받겠다는 것이다. A 원장은 지난 6일 "환자 개인 정보를 사고파는 불법 행위가 아니냐"며 보건복지부에 민원을 제기했다.

성형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성형외과를 소개해 주고 성형외과에서 광고 수수료를 받는 '성형 광고 앱'이 성행하고 있다. 그런데 의료계는 불법적으로 환자 개인 정보를 사고팔면서 환자 알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바비톡, 강남언니 등 성형 광고 앱들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수백만 건에 이른다. 대표적 성형 광고 앱인 바비톡에 광고를 싣는 병원 수만 1000여곳에 달한다.

◇의료계 "성형 앱 환자 불법 알선 가능성"… 정부도 대응

대한의사협회·성형외과학회 등 의료계에서는 "영리 목적으로 환자 유인·알선을 금지한 의료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앱이 신청자 개인 정보에 건당 광고 단가를 매기기 때문에 개인 정보를 판매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3일 상임이사회에서 '(가칭)성형 앱 업체 DB 거래 관련 대응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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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복지부는 대한성형외과학회가 이런 앱 영업 방식이 법 위반 아니냐는 유권해석 요청에 "소비자 유치 대가로 수수료를 지급받는 등의 형태로 영리 목적의 환자 유인·알선을 금지한 의료법에 저촉될 소지가 높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답변했다. 일종의 '의료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성형 광고 앱들의 본사가 있는 서울 강남구보건소에 지난달 30일 "적절한 조치를 하라"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강남구보건소는 성형외과학회 등 의료계가 법률 자문을 거친 자료들을 검토하며 경찰 수사 의뢰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 자체로 판단 가능할지 보고, 어렵다면 수사 의뢰할 것"이라면서도 "연말이나 내년 1월 정도에 수사기관 쪽으로 넘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은 명백한 불법행위라 볼 만한 근거가 불분명해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성형 앱들은 "광고만 해주는 것이어서 위법 아니다"

성형 광고 앱들은 "시술 광고는 병원이 직접 작성하고 환자가 스스로 선택해 상담 신청을 하기 때문에 성형 앱이 개입되는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성형 앱 관계자는 "보험처럼 광고 대행사가 고객 정보 DB를 수집해서 이를 특정 광고주에게 전달하는 것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특정 병원 광고에 상담 신청하라고 홍보하는 등의 활동을 하지 않으므로 불법으로 환자를 유인·알선하는 브로커와 다르다는 것이다.

현장에선 "광고 매체가 다양해지는 현실을 법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전에는 온라인 광고 수단이 병원 홈페이지뿐이었지만 최근 소셜미디어, 유튜브, 앱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IT 시대에 새롭게 등장하는 의료 광고 형태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허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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