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군 감축·철수 언급은 지난 한·미 정부에선 금기(禁忌)에 가까웠다. 주한 미군을 한·미 동맹과 미국 태평양 전략의 주춧돌로 여겼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 본인이 '주한 미군에 막대한 돈을 쓸 이유가 있느냐'며 철군을 거론했다. 동맹의 역사와 존재 이유, 가치를 모르는 트럼프는 주한 미군을 '돈 먹는 하마' 정도로 안다. 올 초 미군 전문지는 "트럼프가 주한 미군을 감축할 것이라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방위비 협상 미국 대표도 '주한 미군 철수 우려'에 대해 "트럼프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했다. 과거 카터 대통령의 미군 철수는 미 현역 군인들이 나서 막았다. 그런데 지금은 미군 합참의장이 돈 문제로 주한 미군 주둔에 의문을 표시한다. '럭비공' 트럼프를 잡아주던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어른들'도 사라졌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실제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를 파기하면 트럼프는 주한 미군 감축·철수 카드를 더 노골적으로 들이밀 것이다. 이러다 주한 미군 감축·철수가 사고(事故)처럼 닥칠 수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때문에 지소미아를 파기한다'고 한다. 지금 체면, 자존심을 찾을 때가 아니다.
주한 미군이 없어진다면 한국은 핵무장하는 수밖엔 없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국민이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어떻게든 한·미 동맹과 주한 미군을 지켜야 한다. 방위비와 지소미아 파고를 어떻게 넘어야 할지 막막한데 정부는 "한·미 동맹 괜찮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정말 무슨 비책이 있기를 바랄 뿐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