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잡이배서 실종된 6명 중 5명, 체류기간 끝나가 귀국 앞둔 상황
두달전 한국서 결혼한 새 신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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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제주 해역에서 불타 가라앉은 대성호의 한 베트남 선원이 실종 전 아내 A씨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부부는 지난 9월 결혼했다. |
20일 오전 경남 통영시 무전동 통영시 제2청사에서는 베트남 여성 A(23)씨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A씨 남편은 지난 19일 화재로 불타 가라앉은 갈치잡이 어선 대성호(29t·통영 선적)에 승선한 베트남 선원 6명 중 1명이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추석 때 경남 진주에서 결혼했다. 식을 올린 지 두 달 만에 남편이 실종되자 A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하루 전날 밤에 '제주도에 있다. 곧 간다'는 통화를 했는데…."
이날 통영시 2청사 가족 대기실엔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실종 베트남 선원들의 한국 내 가족과 친척, 친구 등 14명이 모였다. 실종 베트남 선원들은 대부분 20·30대였다. 6명 중 5명은 베트남 꽌빙의 어촌에서 '코리안 드림'을 찾아 왔다. 베트남 선원 B(33)씨 장인은 "실종된 선원 중에 제 사위와 처남이 있고, 만삭 아내를 둔 선원도 있다"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베트남 선원의 친지들은 "배 타고 번 월급 대부분을 꼬박꼬박 본국으로 보내며 성실하게 생활해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며 눈물지었다.
대성호가 속한 통영근해연승어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 선원들이 고령화하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 출신 젊은 선원들이 배에 오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경남에만도 외국인 선원이 2000여명이나 된다. 협회 측은 "외국인 선원들은 4년 10개월씩 2번 국내에서 비자를 받아 일할 수 있다"며 "대성호 베트남 선원 절반가량이 지난 2015년 입국해 체류 기간 만료로 내년 봄쯤 귀국할 예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실의 친지들은 "시신이라도 빨리 찾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오는 21일 대성호가 침몰한 해역에서 조업할 예정인 근해연승어선 전성호(38t)의 선장 조충권(56)씨는 "대성호 선장과 베트남 선원들은 평소 형, 동생 하며 어울리던 사람들"이라며 "저희 배 기관장의 동생도 대성호에 탔다가 실종돼 착잡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해양경찰청과 해군 등은 이날 함정 18척, 헬기 등 항공기 18대를 동원해 이틀째 수색 작업을 이어갔으나 실종 선원 11명을 찾지 못했다. 해경 측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구조와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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