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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한동네서 자란 베트남 선원들, 코리안 드림 찾아왔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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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잡이배서 실종된 6명 중 5명, 체류기간 끝나가 귀국 앞둔 상황

두달전 한국서 결혼한 새 신랑도

조선일보

지난 19일 제주 해역에서 불타 가라앉은 대성호의 한 베트남 선원이 실종 전 아내 A씨와 함께 찍은 기념사진. 부부는 지난 9월 결혼했다.


20일 오전 경남 통영시 무전동 통영시 제2청사에서는 베트남 여성 A(23)씨의 흐느낌이 이어졌다. A씨 남편은 지난 19일 화재로 불타 가라앉은 갈치잡이 어선 대성호(29t·통영 선적)에 승선한 베트남 선원 6명 중 1명이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추석 때 경남 진주에서 결혼했다. 식을 올린 지 두 달 만에 남편이 실종되자 A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하루 전날 밤에 '제주도에 있다. 곧 간다'는 통화를 했는데…."

이날 통영시 2청사 가족 대기실엔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실종 베트남 선원들의 한국 내 가족과 친척, 친구 등 14명이 모였다. 실종 베트남 선원들은 대부분 20·30대였다. 6명 중 5명은 베트남 꽌빙의 어촌에서 '코리안 드림'을 찾아 왔다. 베트남 선원 B(33)씨 장인은 "실종된 선원 중에 제 사위와 처남이 있고, 만삭 아내를 둔 선원도 있다"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베트남 선원의 친지들은 "배 타고 번 월급 대부분을 꼬박꼬박 본국으로 보내며 성실하게 생활해왔는데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느냐"며 눈물지었다.

대성호가 속한 통영근해연승어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인 선원들이 고령화하면서 베트남 등 동남아 출신 젊은 선원들이 배에 오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경남에만도 외국인 선원이 2000여명이나 된다. 협회 측은 "외국인 선원들은 4년 10개월씩 2번 국내에서 비자를 받아 일할 수 있다"며 "대성호 베트남 선원 절반가량이 지난 2015년 입국해 체류 기간 만료로 내년 봄쯤 귀국할 예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실의 친지들은 "시신이라도 빨리 찾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오는 21일 대성호가 침몰한 해역에서 조업할 예정인 근해연승어선 전성호(38t)의 선장 조충권(56)씨는 "대성호 선장과 베트남 선원들은 평소 형, 동생 하며 어울리던 사람들"이라며 "저희 배 기관장의 동생도 대성호에 탔다가 실종돼 착잡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제주해양경찰청과 해군 등은 이날 함정 18척, 헬기 등 항공기 18대를 동원해 이틀째 수색 작업을 이어갔으나 실종 선원 11명을 찾지 못했다. 해경 측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구조와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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