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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Tech & BIZ] 버려지는 생선 껍질로 비닐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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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껍질로 만든 생분해성 비닐봉지가 올해의 '제임스 다이슨상(James Dyson Award)'을 수상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영국 가전 회사 다이슨사(社)의 창업자이자 최고 엔지니어로, 지난 2007년부터 대학생·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과학 기술로 해결한 발명품에 자신의 이름을 딴 상을 수여하고 있다. 다이슨 회장 역시 먼지 봉투가 없는 진공청소기와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한 발명가다.

제임스 다이슨 재단은 지난 15일 "올해 다이슨상 대상이 전 세계에서 출품된 1079개 발명품 중 영국 서식스대 졸업생인 루시 휴즈(23)가 산업디자인학과 졸업 작품으로 개발한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 '마리나텍스(MarinaTex)'에 돌아갔다"고 발표했다.

조선비즈

생분해성 바이오플라스틱 ‘마리나텍스’로 만든 비닐봉지(왼쪽). 올해의 제임스 다이슨상 대상을 수상한 루시 휴즈가 생선 껍질로 만든 투명 플라스틱 필름을 펼쳐 보이고 있다(오른쪽). /제임스 다이슨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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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슨 창업자는 이날 "올해는 여성 출품자가 가장 많았던 해"라며 "마리나텍스는 세상 어느 곳에나 있는 1회용 플라스틱과 생선 폐기물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멋지게 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 플라스틱 오염은 전 세계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플라스틱 쓰레기 1억6500만t이 바다로 흘러들었고 매년 900만t이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비닐봉지나 생수병 같은 1회용 플라스틱 제품들이다. 2050년이면 바다에서 무게로 따져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휴즈는 "생선 가공 공장에서 다양한 부산물들이 그냥 태워지거나 매립되는 걸 보고 재활용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엌을 연구실 삼아 숱한 실험을 한 끝에 생선 껍질과 비늘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주성분이 될 단백질을 추출하고, 홍조류 추출 물질로 이 단백질들을 결합함으로써 잘 늘어나는 투명 플라스틱 필름을 개발했다. 마리나텍스는 원료가 모두 천연물이어서 상온에서 4~6주면 완전히 분해된다.

휴즈는 다이슨상 상금으로 받은 3만파운드(약 4500만원)로 마리나텍스의 상용화를 위한 추가 연구를 할 계획이다. 상용화 가능성은 높다. 대서양 참대구 한 마리에서 폐기물 약 7㎏이 나오는데 이 정도면 비닐봉지 480장 정도를 만들 수 있다. 휴즈는 "영국에서 연간 소비되는 비닐봉지 1억1000만장을 마리나텍스로 만드는 데 전국 생선 폐기물의 0.9%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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