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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황교안 "절체절명 국가위기, 죽음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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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단식투쟁 돌입

"나라가 안보·경제전쟁 불구덩이… 당 혁신·보수 대통합 꼭 이룰 것"

강기정, 黃 만나 "이건 옳지않다"

靑이 경호 문제로 제지 나서자 黃, 저녁에 국회로 자리 옮겨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무기한 단식 농성을 시작하며 현 정권을 향해 벼랑 끝 승부수를 던졌다. 단식을 풀기 위한 조건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철회와 여권의 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강행 처리 포기를 내걸면서 "아이들의 미래와 대한민국의 존립이 달린 일"이라고 했다.

◇黃 "문재인 정권은 영원한 겨울"

황 대표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먼저 강하게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영원한 겨울로 들어가 더 이상 어떤 꽃도, 나무도 자라지 않아 웃음도 희망도 사라져버린 대한민국"이라며 "2년 반 전 국민의 많은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어 탄식과 분노가 정권을 뒤덮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파기 철회를 촉구하는 이유부터 설명했다. "일본과의 경제 갈등을 지소미아 폐기라는 안보 갈등으로 뒤바꾼 문 대통령은 이제 미국까지 가세한 더 큰 안보·경제 전쟁의 불구덩이로 대한민국을 밀어 넣었다"며 "그 충격은 우리 가정의 안방까지 들어올 것"이라고 했다. 미국마저 강력하게 반대하는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일 삼각 안보동맹이 위기에 빠지면 일상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공수처법에 대해선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안보 정책에 반대하며 자기 직(職)을 걸고라도 대한민국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탈탈 털어 감옥에 넣겠다는 악법 중 악법"이라고 했다. 선거법 개정 시도에 대해선 "정권과 그에 야합한 세력들의 연합으로 국회를 장악하고 개헌 선까지 넘어서려는 것"이라며 "어떻게 양심을 가진 정치인으로서 두고 볼 수가 있겠냐"고 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 법들의 본회의 부의(附議) 시점을 12월 3일로 못 박았고, 현재 한국당 의석수(108명)로는 바른미래당 내 '변혁'(유승민·안철수계 의원 모임·15명)과 손잡아도 이를 막기 어렵다. 이런 현실 때문인지 황 대표는 여론의 지지를 호소했다. "국회에서의 싸움은 어렵고 힘들었는데 야당이 기댈 곳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밖에 없다"고 했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현안 논의를 위해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이날 3박 5일간의 방미(訪美)길에 오른 상황에서 황 대표가 국회 현안에도 적극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황 대표는 최근 당 안팎에서 쏟아지는 쇄신 요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혁신이 멈추는 순간 당의 운명도 멈춘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혁신에 임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회의에서도 중진들을 겨냥해 "총선에 대비한 본격적인 쇄신 작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보수 통합과 관련해서는 "대통합 외에는 어떤 대안도 우회로도 없다"며 "자유민주 세력의 대승적 승리를 위해 각자의 소아(小我)를 버릴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했다.

◇영수회담 제의 거절되자 단식 농성 검토

황 대표는 이날 오후 3시쯤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바닥에 깔아놓은 매트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하지만 청와대 앞 단식 투쟁은 약 6시간 만에 끝났다. 경호상 이유로 농성이 금지돼 국회로 장소를 옮기기로 한 것이다. 황 대표는 국회 이동 전 인근에서 열린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연단에 오르기도 했다. 황 대표는 지난 18일 문 대통령을 향한 영수회담 제의가 거절되면서부터 단식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기정 정무수석비서관을 보내 황 대표의 단식을 만류했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단식 농성 중인 황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런 건(단식) 참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강 정무수석은 "문 대통령이 '가서 어쨌든 찾아봬라. 어떤 의미에서 집 앞에 온 손님'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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