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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청년들 쓴소리 싹 들어낸 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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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간담회 35분짜리 동영상 "노땅" "보수의 수치" 통편집

1분 50초 정부 비판만 내보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지난 19일 청년 간담회에서 "노땅 정당" "셰임(수치스러운) 보수" 등 쓴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이날 밤 한국당의 공식 유튜브 영상에선 이러한 청년들 비판이 모두 삭제됐다. 한국당이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35분 분량으로 편집해 올린 간담회 동영상에서 청년들의 발언은 1분 50초간 문재인 정부와 전교조, 기성세대 등을 비판하는 내용뿐이었다. 영상 대부분은 황 대표의 정책 발표(25분)를 비롯해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신보라 의원의 인사말에 할애됐다.

실제 19일 간담회는 75분가량 진행됐었다. 그런데 한국당에 쓴소리를 던지는 청년들의 발언 등 상당수가 '통편집'돼 삭제된 것이다. 이날 청년들은 황 대표 면전에서 "평일 오후 2시에 행사를 열면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들은 오지 말라는 것이냐" "박찬주 전 사령관 같은 사람을 데리고 오려고 하면서 어떻게 청년층 지지를 얻겠느냐" "한국당은 노땅 정당" 등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황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청년들 말을 들은 뒤 "날카로운 말씀 잘 들었다"고 했다. 이후 개별 질문엔 답하지 않고 행사장을 떠났다. 취재진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이런 장면들도 모두 편집됐다.

당 내부에선 '황 대표의 불편한 심기가 동영상 편집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년들의 쓴소리를 다 삭제할 거면 뭐 하러 유튜브 영상을 올렸느냐" "그러고도 청년들과 소통을 하겠다는 거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안 하니만 못한 행사가 됐다"고 했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실무팀 판단에 따라 행사 풀버전을 올릴 때도 있고 편집본을 올릴 때도 있다"며 "정치적인 의도가 반영된 편집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황 대표가 청년들의 '쓴소리'에 마음이 상해 행사장을 떠났던 것 아니냐는 물음에 대해서도 "다음 일정이 촉박해 급하게 행사장을 떠나면서 취재진 질문을 받지 못했을 뿐"이라고 했다.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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