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GSOMIA 종료 철회” 청와대 앞 호소문 발표
전광훈·김문수와 함께 극우 집회 연단 올라 “못 이기겠나”
원내대표 방미 외교 ‘찬물’…당 인적쇄신안 발표도 불투명
강기정 수석 만류에도…청와대 앞 ‘불허’ 국회로 옮겨 단식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오른쪽)가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 근처에서 단식농성을 시작한 가운데 이를 만류하기 위해 찾아온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과 악수하고 있다. 황 대표는 오후 9시쯤 국회 본관 앞으로 자리를 옮겨 단식농성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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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62)가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을 철회시키고, 여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법안 처리’를 막겠다며 20일 오후부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선 국면전환용 꼼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김세연 의원의 쇄신 요구는 회피하고 있는 데다, 여야 패스트트랙 물밑 협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리더십을 보여야 할 제1야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날은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국회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미국행에 오른 날이다. 황 대표의 단식은 의회 외교 취지를 희석시키고, 패스트트랙 협상 물꼬를 원천 차단했다는 점에서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황 대표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선언했다. 당 최고위원과 의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황 대표는 ‘대국민 호소문’에서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하겠다.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GSOMIA 종료 결정,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연동형 비례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정안을 비판한 뒤 “대한민국을 지키고,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절실한 단식이라는 점을 헤아려 달라”고 밝혔다.
황 대표는 호소문 낭독 후 인근에서 진행된 극우 성향의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주최 집회를 찾아 논란을 키웠다. 황 대표는 총괄대표인 전광훈 목사,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연단에 올라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면 (문재인 정부를) 못 이기겠나”라고 말했다. 전 목사와 참석자들은 집회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거친 말을 쏟아냈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황 대표를 찾아가 단식을 만류했다.
강 수석은 면담 후 “GSOMIA는 국익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이런 건 옳은 방향이 아닌 것 같다”고 황 대표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황 대표는 당초 청와대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할 계획이었지만, 청와대 측이 규정상 어렵다는 입장을 전하면서 단식농성 장소를 국회로 바꿨다.
황 대표 단식 선언을 두고 당내에서도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는 ‘10월 국민항쟁 평가 및 향후 과제 세미나’ 후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을 얕잡아보고 있는데 단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냐. 코웃음 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의 단식 선언 전 페이스북에 “좀 더 길고 넓게 숙고하고 몰고 올 파장을 검토한 후에 국민 앞에 나서라”고 지적했다.
단식이라는 극약처방을 단행한 것을 두고 회피용, 국면전환용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 한 의원은 “쇄신을 거부하고 청년들의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단식 아니냐”고 꼬집었다.
앞서 황 대표는 ‘공관병 갑질’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으로 당 혼란이 극에 달하자 보수통합 논의를 던진 바 있다.
김세연 의원의 쇄신 요구를 극단적 대여 투쟁으로 덮으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당 총선기획단은 ‘현역 의원 40% 이상 물갈이’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강도 인적쇄신 방안을 마련해 이번주 중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황 대표의 갑작스러운 단식으로 발표 일정조차 불투명해졌다.
이날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의 미국 방문으로 패스트트랙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는 시점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불만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등 3당 원내대표는 이날부터 3박5일간 미국을 방문해 국회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된 입장을 전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심도 있는 대화를 통한 정국 해법이 모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황 대표 단식으로 정국 경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순봉·허남설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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