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표는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동북아 협력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평균값이긴 하지만 한중일이 상대의 분석 결과를 인정하고 합의된 수치를 내놓은 것은 주목할 만하다. 향후 과학적 근거하에 외교적,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특히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중국은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한·중 공조방안 마련을 지시하자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인지에 대해 충분한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고, 지난해 12월엔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중국이 연구 결과 발표에 동의한 것은 동북아 미세먼지 문제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최근 대기오염 문제에서 상당한 성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자신감의 표현인 것으로도 보인다. 어쨌든 한, 중 양국이 설전이 아니라 토론과 협력에 나설 여건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겠다.
첫 단추는 끼워진 만큼 협력과 설득을 통해 관련국들의 자발적 의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무총리실 산하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는 최근 '청천(晴天) 계획'이라는 이름으로 중국과 대기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이를 확대해 동북아 지역에서 대기 질 국제협약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유럽 32개국과 미국, 캐나다 등이 1979년 체결한 '대기오염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협약'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들이 2014년 비준한 '초국적 연무오염 협정'(일명 헤이즈 협정)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의 대기오염 문제는 한중일이 주도해야겠지만 북한, 몽골 등 주변 국가들도 되도록 많이 참여시켜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요인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최근 2020~2024년 미세먼지 관리를 위한 종합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강력한 실천 의지로 착실히 정책을 실현해 후손들에게는 '미세먼지 후진국'의 불명예를 물려주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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