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회법 48조6항’ 해석으로 갈등
野 “불법 사보임 근거…패스트트랙 원천 무효”
與 “국회법 잘 따랐다…48조 위배상황 없어”
20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법 48조(위원의 선임 및 개선)에는 교섭단체 대표의원(원내대표)은 국회의장에게 상임위원 사보임을 요청할 권한을 갖는다. 국회의장은 사유 등을 본 후 허가 여부를 검토한다. 다만 48조6항을 보면 ‘임시회의 경우 회기 중 상임위원을 사보임할 수 없다.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 허가를 받는 경우에는 그러지 아니하다’는 조건이 달려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 비당권파는 패스트트랙 정국 때 바른미래 지도부가 오신환 바른미래 의원을 48조6항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불법 사보임을 자행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바른미래 원내대표였던 김관영 의원이 오 의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사보임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이런 불법 사보임이 패스트트랙 정국의 시작점인 만큼 추후 이뤄진 모든 상황이 무효라는 주장이다.
오 의원은 패스트트랙 정국 직전인 지난 4월 중순까지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소속이었다. 그가 사개특위 위원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패스트트랙 여부에 반대 표를 던지면 아예 상정 자체가 안될 상태였다. 오 의원은 이미 “소신을 지키겠다”며 반대 표를 내겠다고 밝힌 때였다. 하지만 오 의원은 같은달 말 문희상 국회의장의 승인 하에 최종 사보임 처리를 당했다. 오 의원은 이에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 의원을 향해 “강제 사보임을 강행하고, 무조건적 패스트트랙을 하려는 의도에 분노한다”며 “문 의장도 법을 어긴 데 분명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패스트트랙 연합은 국회법 48조6항을 다르게 보고 있다. 사보임의 사유를 질병으로 국한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라는 점에 따라 정치적 사유도 해당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양 세력은 기존 판례도 다른 시각으로 해석 중이다. 당론과 당 소속 의원의 의견충돌로 사보임이 있던 일로는 지난 2001년 김홍신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의 사례가 꼽힌다. 김 전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으로 “당론과 반대되는 표결을 한다”고 밝힌 후 사보임됐다. 김 전 의원은 이에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지만, 헌재는 2002년 정당이 상임위원 사보임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패스트트랙 연합은 이를 통해 사보임의 정당성을 설파한다. 하지만 한국당 등은 국회법 48조6항이 ‘김홍신 사건’ 이후인 2003년 2월에 신설된 점을 들어 판례가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 의원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사보임 무효’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낸 상황이다. 다만 헌재의 판결이 언제 내려질지는 미지수다. 정치권 관계자는 “(판결까지)길면 1~2년 이상도 걸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며 “행여나 패스트트랙이 지정된 후 가처분 판결이 나면 이에 대한 논란도 상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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