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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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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해리스 美 대사, 거두절미 방위비 분담 증액 요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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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 연합뉴스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관저에 불려가 방위비 분담금 인상 필요성을 강요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의원은 직접 "한국이 방위비를 약 5배로 올려야 한다는 인상 압박 주장을 들었다"고 19일 털어놨는데, 미 대사가 국회 정보위 상임위원장에게 직접 방위비 분담 인상 압박을 가한 것으로 풀이 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김어준의 tbs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난 7일 주한미국대사관저에 해리스 대사를 접견하기 위해 이 의원 혼자 방문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 불가피성을 들었다는 전날 보도에 대해서 이 같이 밝히며 "관저로 간 것이 맞고 방위비 협상 얘기한 것 맞다"고 했다.

이 의원은 "당시 해리스 대사가 정보위원장 취임 후 11개월 만에 처음 관저에 초청한 것이라 인사를 위한 것일 줄 알았다"면서 "방위비 얘기할 줄을 모르고 갔고, 방위비 얘기를 해 당황했던 것 맞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의원은 '가자 마자 방위비 얘기터 꺼냈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앞에 서론은 없었다"고 했다. 이어 '방위비 얘기를 두루뭉술하게 꺼냈나, 구체적 액수 50억 달러를 거론했는가'란 질문에 대해서 "(구체 액수를) 거론했다. 여러번 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해리스 대사가 구체 액수를 거론한 횟수'에 대해서 "정확히 세어본 건 아닌데 제 느낌은 20번은 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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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 연합뉴스


진행자가 '돈 얘기 밖에 안 한 거냐'고 묻자 이 의원은"그랬다"며 "저도 너무 무리하다 얘기하고 지소미아 얘기도 했고, (그렇지만) 다시 방위비 얘기로 갔다"고 답했다. 이런 직설적 요구에 대해 "수십년 많은 대사들을 뵈었는데 (이런 경우가) 저로선 처음"이라고도 덧붙였다. 이어 이 의원은 "직설적 화법이라 저도 좀 당황하고 놀랐다"면서 "우리가 내야 할 돈의 5분의 1밖에 안 내는 일이 그 동안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는 것"이라며 "이게(방위비 분담금 증액)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의원은 "제가 보기엔 (미국의 주장은) 두 가지다"라면서도 "부당하고 무리하다"고 했다. 이어 "주한미군 주둔비용은 100% 우리가 낼 돈이 아니다. 우리뿐 아니라 미국도 혜택을 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주한미군 주둔을 통해 미국 또한 안보상 이익을 한국으로 부터 받고 있음을 강조하며 "북한이(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면 미 본토에 닿는데 38분 걸린다는데 우리나라에서 탐지하면 7초, 미 본토 앵커리지서 탐지하면 15분이 걸린다. 7초와 15분은 매우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주한미군 방위비 증액)100% 내야 할 돈도 아니고,또 지난 상황을 보면 우리가 방위비란 딱지를 달아서 내는 돈이 1조원 정도 됐던 거지 1조원 외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내는 돈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이 의원은 "2015년 데이터를 보면 (방위비를) 5조4000억원을 냈다"면서 "토지, 건물을 다 공짜로 주는 것이고 전기세, 가스세, 수도세 면제 등 우리가 받아야 하는데 안 받는 돈이 많다"고 했다. 이어 "환경오염도 비용처리 안하고 내국세, 관세, 지방세 다 안내고 도로도 닦아 준다"면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청의 비합리성을 조목 조목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은 1991년 주한미군 유지 비용을 부분적으로 한국이 부담한다는 내용의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을 맺었는데, 방위비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 인건비,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의 명목으로 쓰이는 돈이다. 그해 1차 협정을 시작으로 2014년까지 9차례 SMA를 체결해 왔는데, 9차 협상 기간 동안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 왔다. 이에 지난해 부터 진행 되고 있는 10차 SMA 협상 중 기존의 5배에 달하는 방위비 증액을 미국 측이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은 "2~3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우리에게 쓰는 돈이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라고 했다. 이 돈의 3배쯤 되는 돈(약 50억 달러·5조8000억 달러) 말이 안되는 거다"면서 "우리가 준 돈 중 다 쓰지도 못한 걸로 확인된 것만 최소 1조3000억원"이라 지적했다. 이 의원은 "소위 50억달러란 돈이 우리가 내야 할 돈이 아니기 때문에 부당한데, 설사 이게 우리가 내야 할 돈이란 게 동의가 되더라도 어떻게 1년만에 6배를 올릴 수 있느냐"며 다시 한 번 지적했다.

한편,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방위비 분담금 공정 합의 촉구 결의안' 처리를 위해 지난 18일 회동했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20일 원내대표단 방미에 앞서 19일까지 결의안을 채택할 계획이었으나 여야 간 입장 차로 합의가 어려워졌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 회의에서 "한미동맹은 튼튼하게 방위비 분담금은 공정하게 가는 게 합리적 바람직한 원칙"이라며 "미국이 우리에 요구하는 방위비 분담금 5배 인상은 지나치게 과도한 요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입장을 전하기 위해 내일부터 4일간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미국을 방문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와 상·하원의 주요 인사를 만나서 미국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우리 뜻을 명료하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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