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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미술의 세계

"年수익 500만원 미만"… 미술계, 중견 작가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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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제여란·샌정 등 4050 작가 5인 집중 조명하는 '내재된 힘'展

부산미술관도 중견 기획전 열어 "거장으로 향하는 다리 강화해야"

설치미술가 이탈(52)씨는 값싼 작업실을 찾다 몇 년 전 강화도의 보증금 없는 농기계수리센터로 들어갔다. "겨울엔 밖보다 더 추운 곳"이다. 실험성 강한 미디어·설치 작업을 20년 넘게 해오고 있는 이씨는 "연수익 500만원이 안 될 때도 있다"며 "그래도 이제는 뒤로 돌아갈 수가 없다"고 했다. "40~50대 중견 작가의 경우 생계의 고난과 작가적 고민이 동시에 닥친다. 동료들이 그저 현장에 계속 남아주길 바라게 된다."

이 간절함이 전시로 구현됐다. 재단법인 출범 20주년을 맞아 세종문화회관은 이른바 '중견 작가 구하기'에 나섰다. 독특한 창작 세계를 20년 이상 지속 중인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세종 카운터 웨이브―내재된 힘' 전시를 12월까지 연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작업을 이어온 지구력에 대한 찬사"다. 이탈·제여란·샌정 등 5인의 작품 40여 점이 소개되는데, 작가당 평론가를 1명씩 붙여 분석의 깊이도 더했다. 장환 책임큐레이터는 "청년 작가 지원 사업은 다양한 반면 중견 작가의 홀로 서기를 돕는 장치는 거의 마련돼 있지 않다"며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장파 작가를 위한 전시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중견 작가 조명전에 출품된 이경호(52)의 사진 연작 ‘Somewhere’(위)는 세계 곳곳에서 비닐 봉투를 촬영한 것이다. 아래는 화가 샌정(56)의 유화 ‘무제’.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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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中堅)은 가운데를 의미하나, 한국 미술계 허리는 부실한 상황이다. 신인이나 원로에 대한 각광에 비하면 더욱 초라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만 해도 40대 이하 신진 작가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4개가 있지만, 중견 작가만을 위한 프로그램은 따로 없다. 지난달 경기도미술관 안미희 관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중견 작가 조명'을 강조했다. "거장으로 건너가는 다리가 너무 약하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미술관 측은 "경기 지역서 활동하는 50대 작가 1~3인을 초청하는 '경기 작가 조망전'을 통해 신작 제작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올해 첫 기획전을 중견 작가를 위한 '현대미술작가조명 I: 방정아'로 시작했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역시 서울 아르코미술관에서 중진 작가 기획초대전을 준비 중이다.

미술관에서 중견 조명 전시가 잇따르자 소소한 성과도 나타났다. 지난 5월 서울 성곡미술관 중견 작가 조명전을 통해 소개된 부부 작가 김나영·그레고리 마스(독일)의 작품이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 처음 소장된 것이다. 이수균 학예실장은 "대안 공간 등 작은 공간에서만 소개되던 작가를 위해 미술관 전관을 할애했다"며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중견 작가를 북돋아 자신감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시 외적인 지원도 강화된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측은 "현재 원로 작가 대상으로만 진행되는 디지털 아카이빙 사업 대상을 중견 작가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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