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내년 물가 1%대 전망에 불확실성 증폭
올해 0%대를 기록하며 디플레이션(Depression·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를 키웠던 물가 상승률이 내년에는 1%대로 오를 것이란 전망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의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발(發) 저물가 충격이 유가 하락, 정책효과와 더불어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내수시장에 공급되는 생산자물가는 지난달까지 넉 달 연속 하락한 동시에 그 폭은 3년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수입 비중이 20%에 이르는 만큼 수입경로를 통해 중국의 저물가가 우리나라에도 전이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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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수입 비중 20%…中 생산자물가 하락 국내 전가될수도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대비 1.6% 떨어졌다. 중국 경기부진이 우려됐던 2016년 7월 이후 3년 3개월 만의 최대폭으로, 넉 달 연속 하락세다. PPI는 생산자가 내수시장에 출하하는 상품, 서비스의 종합적인 가격 수준을 나타낸 것으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선행 지표로 여겨진다. 같은 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8년 만에 최고치인 3.9%를 기록했지만,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한 영향을 제외하면 1%대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저물가는 미국과의 무역분쟁으로 인한 수요부진의 영향이 크다. 중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기준치인 50에 못 미치고 있으며, 3분기 성장률은 27년 만에 최저치인 6.0%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 하락이 원자재 물가까지 낮추면서 공급과 수요측면에서 모두 저물가를 유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이같은 중국의 물가 흐름이 수입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 수입 중 중국 비중은 지난해 기준 19.9%다. 생산과정에 투입되는 중간재와 소비재의 수입 비중은 각각 31.2%, 24.8%에 이른다. 이같은 수입 경로를 통해 중국발 저물가 충격이 전해진다면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생산자물가 하락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는데 따른 경기 둔화의 요인이 가장 크다"며 "이같은 현상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 우리나라의 수입물가 하락과 더불어 대중 수출 역시 더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정부·한은, 내년 물가상승률 1%로 오른다지만 불확실성 커져
지난 9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증폭됐다. 이에 한은은 지난달 초 이례적으로 '최근 소비자물가 상황 점검' 자료를 내고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1%대로 복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내년 1% 초반의 물가상승률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발 저물가까지 물가의 하방요인으로 더해지면서 내년 물가상승률이 1%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저물가는 사실상 경기 침체를 의미하는 만큼 중국내 수요 감소가 전세계적으로 미칠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수출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 12개월 연속 감소세가 예상되는 것도, 중국발 수요부진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여기에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이 1.7%까지 떨어진데다, 무상교육, 유가 하락 등의 공급측 요인까지 포함해 내년 물가의 하방압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물가가 아래로 가는 압력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다만 공급 요인 때문에 물가가 내려간다면 크게 영향은 없을 텐데, 수요 부진으로 인한 것이면 우리나라에 여파가 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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