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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영국 1위 어린이책 출판사 ‘어스본’ 니콜라 부회장 “오래 일해온 직원들 지혜·실력 덕에 즐거움 이끌 양질 도서 낼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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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이후 정리해고 한 명도 없어

연 350종 펴내 총 2600여종 출간

혁신 기업 선정 ‘영국 기업상’도

경향신문

영국 어린이책 출판사 어스본의 니콜라 어스본 부회장. 이상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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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본(Usborne)의 가장 특별한 점은 모든 책을 사내에서 만든다는 거예요. 이제껏 단 한 명의 정리해고도 없었습니다.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사내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해왔죠. 책에 대해 100% 만족과 완성도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오래 일한 직원들은 지혜와 전문성이 뛰어나 퀄리티 높은 책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영국 제1위 어린이책 출판사 어스본의 니콜라 어스본 부회장(50)이 말했다. 106개 언어로 번역돼 121개국 어린이들에게 읽히고 있으며, 독일·프랑스·한국·중국 등 전 세계 9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어스본은 경쟁력의 원천이자 기업의 최우선적 가치로 ‘직원’을 꼽았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액티비티북으로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는 어스본은 편집자 30명, 디자이너 60여명 등 250여명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비룡소에서 만난 어스본 부회장은 “45년간 모든 책을 사내에서 만든다는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며 “40년 이상 일한 직원도 있다. 직종을 바꾸거나 정년퇴직하지 않는 이상 어스본을 떠나기 어렵다는 농담을 한다”고 말했다. 편집·디자인 등 외주화가 확대되고 있는 출판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니콜라 부회장의 아버지 피터 어스본 회장은 1973년 어스본을 창립했다. 1975년 어린이책에 코믹한 캐릭터, 말풍선, 다양한 일러스트를 곁들인 재미있는 어린이책 <스파이 가이드>를 시작으로 다양한 액티비티북을 출간해왔다. 2600여종의 책을 출간했으며 매해 350여종의 신간을 내고 있다. 스티커북부터 원소 주기율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까지 다양한 놀이를 통해 재미와 지식을 전달한다. 2015년에는 출판사 최초로 혁신 기업에 수여하는 ‘영국 기업상’을 받기도 했다.

어스본 부회장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지식 수준의 한계를 두지 않고 모든 연령대가 지식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만든다”며 “주기율표는 어려운 주제이지만 플랩북으로 만들어 어렵거나 지루한 게 아니라 즐거운 놀이로 다가갈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어스본은 아시아 첫 진출국으로 한국을 선택, 2015년 비룡소와 함께 어스본코리아를 설립했다. 어스본 부회장은 “유행에 민감하고 멋진 디자인을 좋아하며 교육열이 높은 한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스본코리아의 <요리조리 열어 보는 시리즈>는 20만부, <하루에 한 장 똑똑한 그리기>는 10만부가 넘게 팔리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영상과 스마트폰이 아이들을 사로잡고 있지만 어스본 부회장은 “지금이 어린이책의 황금기”라고 말했다. “영국에선 안티스크린 운동이 확산되고 있고 어린이책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책의 물성에 대한 욕구가 여전하고, 책을 앞서는 테크놀로지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스본의 책은 경쟁사보다 20% 비싸지만, 좋은 재료와 윤리적 노동을 통해 생산한다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어스본 부회장은 “느리지만 신중한 출판을 추구하고 있다. 많은 편집자와 디자이너를 투입해 질과 안전성에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어스본은 펭귄랜덤하우스, DK 등 10개 영국 출판사와 함께 원자재와 노동, 일하는 환경 등이 공정하고 윤리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북체인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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