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남극의 생태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공간이다. 크릴새우부터 미지의 물고기들까지. 어느 지역에 어떤 종(種)이 많은 지에 따라 펭귄이나 물범의 서식 환경도 달라진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박사팀은 올해 하계 연구에서 얼음 밑 환경조사를 위해 바다빙하가 갈라진 ‘크랙(crack)’ 사이로 수중 촬영용 드론을 실제 시험해보기로 했다.
연구팀이 수중 드론을 조종해 남극 바다 밑을 살펴보고 있다./김태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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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는 장보고 과학기지와 독일의 하계 연구기지인 곤드나와 기지 사이 테라노바만(灣)이다. 이 곳은 웨델물범이 많이 나타나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연구팀이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빙하 위에서 잠을 자고 있던 웨델물범들이 연구팀을 반긴다.
드론 운용 전문가인 서명호 강사가 가장 먼저 빙하의 갈라진 틈 바구니에서 적당한 공간을 찾아냈다. 김 박사와 연구팀원들은 이 틈에 떠 있는 얼음조각을 걷어내기 위해 함께 줄을 부여 잡았다.
"영차, 영차" 장정 4명이 달려들었지만, 얼음은 움직일 기미가 없다. 신발 밑 미끄러운 얼음 덕분에 줄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는다. 연구팀은 크랙 사이 드론을 넣을 수 있는 공간만 확보한 상태에서 시험을 하기로 했다.
노란 잠수함을 닮은 이 드론은 물에 들어가자 마자 칠흑같이 어두운 해저로 사라진다. 드론과 연결된 영상 모니터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고기들이 하나 둘씩 나타난다.
수중드론을 통해 확인된 남극 어류. 연구팀은 이 어종의 표본을 확보해 분석할 예정이다./극지연구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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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바로 아랫면에서 작은 빛이 반응한다. 은빛을 뿜어내는 '실버피쉬(silver fish)'다. 실버피쉬는 작은 물고기로 ‘남극 이빨고기(메로)’의 주 먹이이기도 하다.
바닥면에서 다른 물고기도 보인다. 언뜻 세어봐도 족히 수십여 마리. 툭 튀어나온 눈에 선명한 줄무늬가 독특하다. 연구팀은 며칠 뒤 이 물고기를 직접 잡아 표본을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탐사 결과는 대성공이다. 연구팀 모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김 박사는 "수중 드론이 남극 내 해양특별보호구역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데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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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과학기지(남극)=김태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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