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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압박에, 삼랭시 행차에… 캄보디아 훈센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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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12일 말레이시아 국회 방문을 마친 삼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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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34년째 철권 통치하는 훈센 총리가 삼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대표의 귀국 시도에 야권 관계자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이며 그의 귀국 저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이중국적자인 삼랭시는 훈센 총리의 최대 정적으로, 훈센 퇴진을 위해 캄보디아 귀국 계획을 밝힌 바 있다.

13일 현지 일간 크메르타임스에 따르면 캄보디아 사법당국은 과거 삼랭시 대표의 경호원으로 알려진 남성 5명을 태국 접경 도시 포이펫에서 체포했다. 이들 5명은 삼랭시의 캄보디아 귀국에 대비해 현지에 대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삼랭시의 귀국 계획 발표 직후인 8월부터 현재까지 전국 20개 주에서 ‘음모’ 혐의로 기소된 사람의 수는 90명에 이르며, 전직 경호원 등 체포된 이들 수는 50명을 넘어섰다.

앞서 삼랭시는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 훈센 총리 퇴진을 위해 귀국할 것이라며 “파리에서 항공편을 이용해 8일 방콕에 도착하고, 이후 육로로 9일 캄보디아에 들어갈 것”이란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훈센 총리실 경제분야 자문을 맡고 있는 현지 소식통은 “삼랭시 귀국 계획에 온 나라가 비상이 걸렸다”며 “물축제 참가자가 격감하는 등 축제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9일은 캄보디아 독립기념일로, 최대 축제인 물축제가 이어진다.

실제 캄보디아 정부는 삼랭시 귀국을 쿠데타 모의로 규정하고 태국 접경지역에 군대를 집중 배치, 실사격 훈련까지 실시하며 살벌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비상 근무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도 교민과 관광객에게 공지를 내고 대중이 모이는 장소 방문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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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쿠알라룸푸르 공항을 통해 말레이시아로 입국한 삼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 대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는 그의 입국에 반대했지만, 말레이시아 국회의원들의 초청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올해 칠순이다. 쿠알라룸루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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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움직임에 더해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캄보디아 반정부 인사가 태국을 활동무대로 쓰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삼랭시의 태국 입국은 결국 좌절됐다. 아세안은 회원국간 ‘내정불간섭’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대신 삼랭시는 9일 말레이시아로 입국했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도 “말레이시아가 그 싸움의 베이스캠프가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말레이 국회의원들의 초청으로 입국했다. 전날 국회 방문을 마치고 나온 삼랭시는 “말레이시아 국회가 나를 초대한 것은 캄보디아의 민주주의를 지지한다는 뜻”이라고 밝히는 등 캄보디아 밖에서 훈센 압박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캄보디아 정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며 삼랭시 지원사격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인권, 정치 탄압을 이유로 캄보디아에 대한 일반특혜관세(EBA) 철회를 검토하던 EU 집행위는 최근 캄보디아에 예비조사 보고서를 보냈다. EBA 혜택에서 배제될 경우 캄보디아 산업 70%를 차지하고 있는 봉제업이 타격을 받는다. 캄보디아의 대EU 수출은 전체의 30% 수준이다.

예비조사 보고서를 받은 캄보디아 정부는 1개월 이내에 회신을 해야 하며, EU는 회신을 바탕으로 내년 2월 캄보디아에 대한 EBA 철회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프놈펜 현지 소식통은 “봉제업체들이 정부에 EBA 혜택이 유지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며 “훈센 총리가 안팎에서 큰 도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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