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7 (일)

종자 유전자분석기술로 절도범도 잡고, 유물 고증도 하고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 경북에서 농사를 짓는 A씨는 지난해 8월 누군가가 자신의 고추밭에서 약 300㎏의 풋고추를 훔쳐간 것을 발견하고 망연자실했다. 당시 시세는 150만원가량이었다. 의심이 가는 사람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다. 그런데 도난 신고한 지 며칠 뒤 경찰로부터 범인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용의자 집에서 보관 중이던 고추를 유전자 분석한 결과 A씨가 도난 당한 고추와 일치했다는 것이다.

#2.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경기 안산 대부도 인근에서 발굴한 고선박 선체에서 씨앗을 발견했다. 씨앗은 고려시대(12세기)로 추정되는 고선박의 용도와 당시 생활상을 짐작케 할 중요한 단서였으나 800년도 더 흐른 탓에 수종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해 1월 농축산물 관련 국내 최고 종자 감정기관인 국립종자원에서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이 씨앗은 감인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축산식품부 국립종자원은 벼와 고추, 감귤 등 주요 31개 작물 5302품종에 대한 분자표지(유전자분석을 이용한 품종 식별에 활용되는 분석용 마커) 및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다고 13일 밝혔다.

세계일보

종자원이 분자표지 및 SNP기법(하나의 염기변이를 표지로 사용하는 유전자분석법)을 통해 구축한 유전자는 식량작물의 경우 벼와 보리, 콩, 옥수수 등 4개 작물 880품종이고, 채소류는 고추와 배추, 무, 양배추 등 15개 작물, 3156품종이다. 과수류 7개작물, 화훼류 3개 작물, 참깨(특용류), 느타리(버섯류)의 유전자 DB도 구축돼 있다.

이같은 종자 DB는 품종보호와 보급종 생산·공급 이외 관련 종자 분쟁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07년 1건, 1품종이었던 종자분쟁 관련 검정건수는 2016년 9건, 86품종으로 크게 늘었다. 2017년에는 9건, 174품종이었고 지난해엔 7건, 256품종이었다. 구매한 종자가 진짜인지를 묻는 검정건수는 2008년 36품종에서 2018년 481품종으로 13배 늘었다.

종자원의 유전자 DB와 분석 기술은 절도나 기술유출 관련 수사나 미확인 작물 종자 분석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종자원이 2018년 1월부터 지난 8월말까지 경찰이나 지자체 등 관련 기관으로부터 분석을 의뢰받은 건수는 11건에 달한다.

종자원 관계자는 “유전자변형유기체(LMO) 정밀검정 건수는 2013년 6점에서 지난해 232점으로 증가했다”며 “건전한 종자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신품종 권리 보호를 위해 최신 유전자 분석법을 지속해서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