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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인천 동구, 산업유산 ‘신흥철공소’ 기습 철거…시민단체 집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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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반대에도 공휴일 철거 강행해 말썽

시민단체 “몰역사적·반문화적 폭거” 맹비난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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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동구가 근대산업유산으로 평가받는 ‘신일철공소’를 기습 철거해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활동가들은 13일 인천 동구 만석동 신일철공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등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21곳과 활동가 154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13일 허인환 구청장 면담을 앞두고 토요일 새벽에 기습 철거를 강행했다”며 “역사·문화·교육·체험 공간으로 활용해 달라는 주민 의견을 무시한 동구가 산업유산 파괴라는 몰역사적·반문화적 폭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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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철공소(43㎡규모)는 우리나라의 나무배(목선) 건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장장이로 꼽히는 고 박상규(1922~2007년) 장인의 대장간이다. 목선의 건조 과정에서 접합 부위를 연결할 때 사용하던 배 못과 보도(볼트) 등을 제작한 곳이다. 박 장인은 2007년 유명을 달리하기 전까지 우리나라 전통방식으로 배 못을 만드는 원천기술 소유자로 알려졌다. 신일철공소는 일제강점기부터 근현대까지 목선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조선업의 변천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근대산업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구는 그러나 지난 9일 오전 공무원과 철거업체 등을 동원해 신일철공소의 지붕과 벽면을 철거했다. 철공소 내 남아 있던 대장간 시설도 모두 없앴다. 이곳에서 제작한 배 못과 보도 등은 수거해 수도국산 달동네박물관으로 옮겼다. 앞서 구는 인천시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는 ‘만석주꾸미 더불어마을사업’에 포함된 이 철공소를 8천만원에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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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는 “철공소 터를 인근 어린이집 앞마당으로 활용하려는 구의 계획 대신 주민들이 뜻을 모아 신일철공소와 박상규 장인을 기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터 활용 계획을 주민 자율에 맡겨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인천시의 안일한 대응도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우리의 소중한 역사 유산이 일개 구청장과 일부 공무원의 판단으로 사라지는 상황이 생겨도 이를 제지할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인천시의 상황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에 기반을 둔 현실성 있는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사진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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