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적 신체·퀘벡 영화의 클리셰
명나라 철학자 왕양명(王陽明, 1472∼1528) 어록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전습록'(傳習錄)을 철학 연구자인 임홍태 성균관대 초빙교수가 해설했다.
양명학을 창시한 왕양명은 사물의 이치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지식을 확충한다는 주자학의 '격물치지'(格物致知)를 배격하고 "성인의 도는 나에게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심즉리'(心卽理), 즉 마음 자체가 바로 이치라고 본 것이다.
저자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적절하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하나를 내려놓아야 비로소 다른 하나를 얻을 수 있다. 인생 자체가 그렇다. (중략) 기회가 찾아왔을 때 적극적이고 주동적으로 쟁취해야 인생의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주체적인 삶을 살 것, 이것이 양명의 당부이자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문헌재. 312쪽. 1만6천500원.
▲ 조선명장전1 이순신 = 최익한 지음. 송찬섭 엮음.
경북 울진 출신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해방 이후 월북한 국학자 최익한(1897∼?)이 북한 학술지 '역사제문제'에 수록한 논문을 보완해 1956년에 펴낸 책. '실학파와 정다산', '조선사회 정책사', '여유당전서를 독함'에 이은 최익한 전집 제4권이다.
충무공 이순신에 대한 전제적 인식을 시작으로 장군의 최후와 일생에 대한 총평까지 23개 장으로 나눠 기술했다.
저자는 "이순신 장군은 위대한 애국 인민의 전형으로서 54세 일생을 조국 보위에 바쳤다"며 "그의 일생 중에 최후의 7년이 제일 유용했고, 이 7년 중에서도 최후의 하루가 더욱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편자인 송찬섭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이순신이 임진왜란에서 세운 전과만이 아니라 그 이전 수군 정비에 관한 창안과 개선까지 다룬 문학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이라면서도 민족 우월성 관점에서 서술한 부분이 가끔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서해문집. 344쪽. 2만원.
▲ 아시아적 신체 = 이영재 지음.
일본, 한국, 홍콩에서 제작된 액션영화를 '냉전 아시아'라는 프레임으로 들여다봤다. 저자가 일본 도쿄대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해 단행본으로 만들었다.
그는 액션영화가 적과 동지를 나누는 정치적 개념의 가장 순수한 영화적 환원물에 해당한다면서 액션영화에 나오는 남성 신체를 한 국가의 정치적 신체의 표상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낸다.
이어 이소룡을 비롯해 벌거벗은 몸으로 연기하는 동아시아 액션영화 주인공들에게서 저임금 노동력을 제공하는 노동자의 면모가 숨어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쟁투의 드라마에는 아시아 남성 하위 주체가 열망했던 욕망의 최대치가, 신체라는 실재적이고도 상징적인 한계 아래 새겨져 있다"고 주장한다.
소명출판. 462쪽. 3만2천원.
▲ 퀘벡 영화의 클리셰 = 김도훈 지음.
불문학자인 김도훈 이화여대 교수가 캐나다 퀘벡 지방에서 만들어진 영화들이 어떻게 퀘벡이라는 정체성을 형성해 갔는지 조명했다.
퀘벡에는 캐나다 인구의 약 25%가 살고, 중심 도시인 몬트리올은 프랑스 파리 다음으로 큰 불어 사용 도시로 꼽힌다. 하지만 북미에서는 영어가 주요 언어여서 퀘벡 주민들은 열등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그는 퀘벡 영화가 퀘벡의 특수성을 공고히 하는 이미지를 만들면서 지역 영화로서 기반을 다졌고, 1970년대 이후에는 특수성에 함몰되지 않고 보편성을 담보할 정체성 담론을 지향했다는 가설을 논증한다.
이화여자대학교 출판문화원. 416쪽. 2만8천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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