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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이슈 국민연금 개편과 미래

국민연금 고갈 6년 빨라지는데… '5지선다 인상案' 국회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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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도는 文정부] [6·끝] 재정 고갈 앞당긴 복지정책

국민연금 개편안 두고 갈팡질팡… 시한 넘기고도 단일안 못내

전문가들 "연금 보험료율 16%까지 올려야, 미룰수록 더 위험"

정부, '文케어'에 5년 30조 쓴다더니… "계획보다 6조 더 투입"

문재인 정부 복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저출산·고령화가 가팔라지면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고갈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 건강과 노후 보장이라는 복지의 양대 축이 휘청거린다는 뜻이다. 당장 눈앞의 혜택을 늘려주는 데만 몰두하고 있어 미래 세대의 어깨에 더 큰 짐을 지우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2013년 정부 예상(2060년)보다 6년 빠른 2054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지난 9월 국회 예산정책처는 "저출산과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2054년으로 추산된다"고 발표했다.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인기 없는 정책인 보험료율 인상 등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문재인 정부는 국회에 무려 7가지 개편안(중복 제외 5가지)을 던져놓고 국회에서 정하라고 손을 놓고 있다. 정부가 단일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해도 속도를 내기 어려운데 이런 지경으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어디에도 유례없는 수준으로 젊은이는 줄고 고령자는 늘어나는 인구 구조를 가진 나라에서 국민연금 개편을 위해 속도를 내지 않으면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위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막은 대통령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국민연금 제도를 고쳐 하루라도 빨리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는 국민연금 제도 개선에 미온적인 모습이었다. 지난해 3월까지 마쳐야 하는 국민연금 재정 추계와 제도 개선안 마련(전문가안)을 지방선거 이후인 7월 말에야 끝냈고, 10월까지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12월에 가서야 제출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1월에야 청와대에 정부안을 보고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전면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청와대는 "보험료율 인상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부는 작년 12월 단일안이 아닌 4가지 국민연금 제도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정부가 만든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에서도 지난 8월 총 3가지 방안을 국회로 넘겼다. 겹치는 것을 제외해도 무려 다섯 가지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도, 국민에게 인기 없을 안은 철저히 배제했다. 지난해 8월 복지부가 만든 위원회 소속 전문가들은 '2088년에도 1년 동안 연금 줄 돈을 남겨두자'는 목표를 세운 뒤 "보험료율은 현행 9%에서 13.5%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은 40%로 유지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보험료율 인상이 너무 가파르다'며 이러한 목표와 방안을 모두 폐기해버렸다.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미룰수록 보험료 일시 인상의 충격은 커진다. 당장 2088년까지 기금을 유지하려면 내년에 보험료율을 16.02%까지 올려야 한다. 이 시점을 더 미뤄 2030년이 되면 17.95%, 2040년이 되면 20.93%로 한 번에 올려야 한다. 기금이 고갈되면 매해 걷은 보험료로 연금을 지급해야 해 보험료율이 20~30% 수준까지 올라간다.

고령화 외면하고 건보 부담만 늘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인다며 건보 적용 범위를 넓히는 '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 중이다. 문재인 케어에 2017~2022년 30조6164억원을 쓰겠다고 했고, 지난 4월에는 2023년까지 6조4569억원을 더 쓰겠다고 했다. 2017년 62.7%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진료비 중 건강보험 부담 비율)을 2022년엔 7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이 정책은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고령화로 만 65세 이상 환자 의료비는 2025년엔 57조9446억원, 2035년엔 123조288억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화로 고령자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데, 건보 부담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20조7733억원에 달했던 건보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작년 10월에는 2027년 고갈될 것으로 봤지만, 문재인 케어가 확대되면서 지난 2월에는 2026년, 지난 10월에는 2024년으로 고갈 예상 시기를 앞당겼다. 건보 적립금 고갈은 건보료율 급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2001~2003년 3년간 건보 적립금이 적자였는데, 2000년 2.8%였던 건보료율이 2004년에는 4.21%로 50% 넘게 인상됐다. 문재인 케어의 청구서가 결국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케어

MRI, 초음파, 병실료 등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혀 보장률(진료비 중 건강보험이 지원하는 비율)을 2022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료 복지 공약이다. 당초 2022년까지 30조6164억원을 쓰겠다고 했고, 지난 4월 2023년까지 6조4569억원이 들어가는 일부 사업을 더 추가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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