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지역의 맛있는 식당들 위치를 표시한 '고창 백반 로드 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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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인더스트리FnC 부문(이하 코오롱FnC)이 전개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이 농업 스타트업 ‘마켓레이지헤븐’(이하 마레헤)과 함께 지난달 26일 전북 고창에서 흥미로운 행사를 열었다. 로컬 푸드 이벤트인 ‘에피그램 로컬 마켓 레이지헤븐’과 ‘백반 팝업’ 행사다.
에피그램 로컬 마켓 레이지 헤븐. 전북 고창에서 지난달 26일 하루 동안 열렸던 행사의 이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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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고창의 건강한 먹거리를 판매하는 그로서리 숍을 운영하는 동시에 고창에 있는 8개 식당의 반찬을 한상에 모아 맛보는 팝업 식당을 연 것.
에피그램은 매 시즌 국내 소도시 한 곳을 선정해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19SS 시즌에는 경남 하동, 19FW 시즌에는 전북 고창이 그 대상이었다. 의류 브랜드의 경우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세워 누가 봐도 멋진 장소에서 광고 화보를 찍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에피그램은 하동과 고창에서 배우 공유와 함께 광고를 찍으면서 흔한 의류 카탈로그가 아닌 색다른 컨셉트의 잡지 『에피그램』을 발간했다.
패션 브랜드 에피그램은 흔한 카탈로그 광고 화보 대신 지방 소도시 하나를 선정해 브랜드 모델인 배우 공유가 직접 여행하며 경험하는 문화적 정서와 환경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사진으로 담아 잡지를 발행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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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그램 잡지 뒤쪽에는 지방 소도시에서 생산되는 특산품과 먹거리, 생활용품들을 소개하는 페이지가 있다. 이 제품들은 전국 에피그램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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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장소를 배경으로 옷이 튀는 광고 화보를 찍는 대신, 배우 공유가 지방 소도시의 구석구석을 여행하며 그 고장이 갖고 있는 전통과 환경을 경험하는 내용을 다큐멘터리처럼 사진으로 담아낸 것. 또 잡지 뒤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그 고장의 먹거리와 특산품을 리패킹한 상품들을 소개하고, 전국의 에피그램 매장을 통해 홍보·판매하고 있다.
에피그램 잡지 19FW 전북 고창 편에 있는 사진. 버스 정류장 앞 가게에서 만난 할머니와 호빵을 나눠 먹으며 활짝 웃는 공유의 모습에서 따뜻한 정서가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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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로맨틱드라마를 통해 소년처럼 자연스러운 미소로 인기를 얻은 공유가 버스정류장에서 할머니와 호빵을 나눠먹으며 개구쟁이처럼 웃는 사진은 이미 큰 팬덤을 일으켰고, 실제로 19SS 시즌에 공유가 들렀던 경남 하동의 여러 장소들은 현재 ‘공유X에피그램 따라 여행하기’ 붐을 일으키며 젊은 층이 여행하는 하나의 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에피그램 홍성택 브랜드 매니저는 “에피그램은 아름다운 자연이 둘러싸인 소도시의 소소함을 보여주며 일상의 특별함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에피그램 마켓 레이지 헤븐’도 그 일환 중 하나”라며 “에피그램은 앞으로도 패션 브랜드를 넘어 고객의 소소한 일상에 집중해 라이프스타일이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피그램은 전북 고창 한옥마을에서 '올모스트홈 스테이'를 운영 중이다. 2개의 객실 중 한 곳에는 공유가 직접 들러 남긴 사인이 있다. 다른 객실 하나가 더 크지만 이 방이 숙박객들에게 인기가 더 좋은 이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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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읍성 바로 앞에 조성된 한옥마을 중 한 채를 에피그램 스타일로 꾸민 올모스트 홈스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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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그램은 공간 프로젝트인 ‘올모스트홈 스테이’를 고창에 오픈하며 한옥 숙소와 쇼룸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서울의 ‘올모스트홈 카페’에선 고창의 대표적인 먹거리 복분자 음료를 판매하고, ‘고창 복분자 버건디’를 시즌 컬러로 활용해 전개하고 있다.
이번 고창에선 마레헤와 협업하면서 더 특별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냈다. 마레헤의 유상진, 안리안 대표 부부는 2015년 고창으로 귀농해 국내에서 생산하는 건강한 농산물을 직접 찾아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온라인 파머스 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에피그램X마켓레이지헤븐 행사 당일 그로서리 숍에서 판매한 과일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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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그램X마켓레이지헤븐 행사 당일 그로서리 숍에서 판매한 쌀. '라이스 투 미트 유'라고 쓴 스티커가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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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백반 팝업’도 마레헤 두 대표가 직접 먹어보고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반찬을 만드는 식당 8곳을 선정, 그곳의 대표 반찬들을 한 상에 모아 맛보는 행사였다. 팝업 행사는 하루 동안 치러졌지만, 마레헤는 ‘고창 백반 로드맵’을 만들어 고창을 찾는 여행객들이 식당 이모님들이 차려주는 맛깔 나는 식사와 함께 고창의 색다른 문화적 정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마레헤 대표들은 “처음 도착한 낯선 도시에서 맛있는 한 끼를 먹어보고 싶은데 정보가 없다면, 이 백반 로드맵에 있는 식당 중 하나를 찾아가 제대로 된 백반 한 상을 맛보고 ‘맛있었다’는 칭찬 한마디를 덧붙여 주시라”고 말했다.
에피그램X마켓레이지헤븐 행사 당일 열렸던 '고창 백반 팝업' 장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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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그램X마켓레이지헤븐 행사 당일 열렸던 '고창 백반 팝업' 장소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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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반’은 밥·국·무침·김치·구이 등 집에서 먹을 법한 요리로 채운 한 상을 통칭하는데, 특별함이 없는 평범한 한 끼 식사로 치부할 수 있지만 자세히 보면 반찬 하나마다 특별하고 독특한 이야깃거리와 손맛이 살아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또한 이들은 “사계절 흐름에 맞춰 고창에서 난 신선한 제철 식재료로 정성스레 한 끼를 차려내는 고창의 백반집 이모님들은 우리에게 미슐랭 스타 셰프만큼 소중한 분들”이라고 덧붙였다.
에피그램X마켓레이지헤븐 '고창 백반 팝업' 한 상 차림. 마켓레이지헤븐의 두 대표가 선정한 8개 식당의 맛있는 반찬들을 모아 한 상을 만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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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마레헤가 고창 ‘백반 로드 맵’을 만들며 선정한 10개의 식당과 이들이 직접 메모한 설명이다.
리베레스트호프
“혹시 ‘레스트 호프’라는 개념 아시려나요? 지금은 거의 사라진 옛날식 경양식&호프집이라 생각하시면 되어요. 그래서 점심부터 늦은 새벽까지 영업을 하는데요, 저희는 돈까스 먹으러 자주 가요. 돈까스는 일반과 치즈돈까스가 있는데 둘 다 맛있으니 취향껏 선택하시면 돼요. 이 집의 백미는 메인이 나오기 전 달달달 카트에 실려서 배달되는 사장님이 직접 끓인 수프예요. 몸이 으슬으슬 추운 날 종종 이 스프 생각을 할 만큼 정말 맛있어요. 또, 돈까스를 주문하면 그때그때 이모가 만들어둔 반찬이나 김치를 내어주시는데 이게 또 별미예요. 옛날 스타일로 수프-돈까스-얇게 편 밥에 후식으로 커피·녹차·주스를 선택할 수 있는 리베 돈까스에서 옛 추억을 되새겨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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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미식당
“별미식당 이모님은요, 제가 ‘고창 이모’라 부르는 분이세요. 왜냐. 가보시면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반찬 많은데 자꾸 뭘 또 내주시고, 모자라면 더 먹으라고. 안 먹겠다 그럼 왜 더 안 먹냐고 묻는 진짜 친이모 같은 분이죠. 별미식당은 점심엔 백반, 저녁엔 매운 돼지 갈비찜 먹으러 자주 가요. 점심 백반 메뉴는 뭐랄까…그때그때 다른데, 그 다름이란 게 이모님 마음대로라는 거죠. “이모, 오늘 백반 메뉴 뭐예요” 물으면 “뭐 먹을래? 뭘 좀 해줄까”라고 묻는 그런 스타일. 너무 사랑스러운 스타일의 이모가 계시는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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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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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가든
“산정가든은 고창 읍내에서 차를 타고 ‘이 길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낯선 시골길을 따라가야 만날 수 있어요. 여기는 사장님·사모님 부부와 아드님이 함께 운영하시는데요. ‘산닭 백숙’을 주문하면 식당 뒷산에서 키운 산닭을 잡아 사장님이 전국에 좋다는 산은 다 다니며 캔 약초를 넉넉히 넣고 압력솥에 푹 익혀서 주시는데 그 육수가 어찌나 깊고 고운지 말도 못 해요. 게다가 웬만한 식재료는 식당 옆 텃밭에서 직접 키워서 사용하고 종종 김장독에 묻어둔 묵은 김치라던가 사장님이 직접 쑨 묵을 내어주신답니다. 아, 그리고 백숙 다 먹을 때쯤 내어주시는 닭죽에 남겨둔 육수 넣고 휘휘 저어 먹는 그 맛, 꼭 느껴보시길 바래요.”
에피그램X마켓레이지헤븐 '고창 백반 팝업' 한 상 차림. 마켓레이지헤븐의 두 대표가 선정한 8개 식당의 맛있는 반찬들을 모아 한 상을 만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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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희네야식
“상희네야식은 고창 성산아파트 앞에 위치한 작은 야식집이에요. 식당 위치가 고창 로컬이 아니면 아예 알 수 없는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말 그대로 ‘로컬 맛집’이랍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슈퍼마켓 겸 식당이고요. 두 분 모두 참 따뜻하고 친절하셔서 매번 갈 때마다 환영받는 느낌을 갖게 되는 곳이에요. 저희는 이곳에서 회식을 자주 해요. 삼겹살을 주문하면 한 상 가득 반찬을 차려주시는데 이모님 솜씨가 워낙 좋으신 데다 반찬 구성도 어찌나 다채로운지, 늘 감탄하곤 해요. 특히 꾸밈없는 인테리어에서 풍기는 시골만의 정서가 너무도 매력적이라 외부에서 손님이 오셨을 때 모시고 가면 모두들 참 좋아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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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풀이생태탕
“이곳 이모님의 반찬은 참 정갈해요. 반찬의 구성은 물론 담음새까지 매우 훌륭하답니다. 그런데 맛은 또 기가 막힌 전라도 풍이거든요. 이모님이 직접 담는 갈치속젓 하나면 다른 반찬 필요 없이 찬물에 밥 말아서 한 공기 뚝딱 할 수 있을 정도예요. 그런데 김치 맛도 끝내주거든요. 메인인 생태탕도 맛있지만, 여긴 정말 반찬 맛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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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글씨왕순대
“이름에서 게임 끝나지 않았나요? ㅎㅎ 뭔가 현지 느낌이 물씬 나는 이곳 ‘아글씨왕순대’는 사장님 부부가 직접 만든 순대를 써요. 뚝배기에 보글보글 끓여 나오는 순댓국에 갓 버무려 나오는 부추 나물 잔뜩 넣고 새우젓 조금, 깍두기 국물도 한 스푼 넣고, 한 술 뜨면 뭐랄까. 해장과 동시에 술을 부르는 맛이랍니다. 곧 다가오는 겨울, 고창 읍내에서 진하게 한 잔 하신 후 다음 날 아침 일찍 여기서 해장하세요. 순댓국과 함께 나오는 푹 익은 김치와 깍두기도 너무 맛있답니다.”
에피그램X마켓레이지헤븐 '고창 백반 팝업' 한 상 차림 중 돼지고기 두루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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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그램X마켓레이지헤븐 '고창 백반 팝업' 한 상 차림 중 장조림 반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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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미청국장
“직접 일군 쌀로 압력솥에 밥을 하고, 직접 기른 콩으로 청국장을 만드는 일미청국장은 반찬을 만드는 식재료도 거의 대부분 사장님이 직접 농사지은 것들로 사용하신답니다. 김치찌개와 제육볶음도 메뉴에 있지만, 청국장이 진짜 최고예요. 그리고 제육볶음은 바쁜 점심시간엔 주문하실 수 없어요. 이모님 혼자 요리와 서빙을 하시거든요. 청국장 좋아하신다면 꼭! 이곳에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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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회관
“제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전라도 밥집’은 이곳, 조선회관이에요. 그냥 맛이나 분위기, 이런 걸 떠나서 고창만의 소울이 느껴지는 그런 곳인데요. 그 이유는 이곳 사장님이 소리꾼이시기 때문이에요. 저희가 처음 여길 방문했을 때 ‘오늘 뒤풀이가 있어서 조금 시끄러울 텐데 그래도 신경 쓰지 말고 밥 맛있게 먹으라’던 이모님이 들어간 미닫이문 너머 방에선 장구 소리, 북소리와 함께 우리 가락이 펼쳐졌어요. 그 모습이 어찌나 매력적이던지 정말 반했어요. 판소리의 고장인 고창에서, 평생 소리와 식당을 함께 해나간 이모님의 소울풀한 고창 밥상, 꼭 경험해보시길 바래요. 시그니처 메뉴인 김치 찜이나 삼겹살을 드셔 보시길 추천해요. 김치 찜 양이 어마어마하니 너무 놀라진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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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 전주식 콩나물 해장국
“아, 여긴요. 저희 팀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많게는 세 번 정도 식사하러 가는 곳이에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전주식 콩나물 해장국’이 주 메뉴이긴 하지만 저희는 주로 시래기 된장국을 먹죠. 말린 시래기가 아닌 얼갈이배추를 삶아 끓이는 방식이라 매우 부드럽고요. 기본 반찬은 깍두기, 얼갈이배추 겉절이, 오징어 젓갈. 얇게 찢은 장조림이 고정적으로 나오고 어떤 메뉴를 주문하든 수란이 함께 나와요. 아무튼 여긴 고창 로컬분들께 가장 사랑받는 아침식사 스폿이에요. 저희도 지인들이 놀러 오면 아침식사는 무조건 여기서 해요. 해장국으로도 그만이고 아이와 함께 먹기에도 정말 좋으니 꼭 한 번 방문해보세요.”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에피그램, 마켓레이지헤븐, 서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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