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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희망이 삶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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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당신 생각은 사양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 ▲ 희망이 삶이 될 때 = 데이비드 파젠바움 지음, 박종성 옮김.

촉망받던 25세 예비 의사가 희소병 선고를 받고 스스로 치료법을 찾아 극복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그린 자전적 에세이다.

뇌종양으로 일찍 어머니를 여읜 뒤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의대에 진학한 저자는 산부인과를 끝으로 6개월간의 순환 실습을 마쳤을 때 샤워를 하면서 사타구니 근처에 솟아오른 림프절을 발견했고 이어 아무리 해도 사라지지 않는 피로감과 복통, 구역질에 시달렸다.

고통을 참아가며 마무리 시험을 치른 그는 응급실로 향했고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회복하기를 반복한 끝에 3개월 만에 희소병인 '캐슬만병' 진단을 받게 된다.

그는 이 병의 최고 권위자를 찾아가 치료법을 의논하고 당시까지 적용되지 않던 일곱 가지 화학요법 약물을 섞어 한 번에 대량투여하는 방법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병 치료도 치료지만 희소병 연구에 보탬이 되고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치료법을 찾기 위해 자신의 몸을 일종의 실험체로 삼은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는 동안 캐슬만병의 진단 기준과 치료사례들을 모으고 연구자와 의사, 환자간 네트워크를 설립하는 작업도 주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건강을 회복한 그는 지금은 펜실베이니아대 의대 최연소 교수이며 긴 투병의 와중에도 기다려준 아내와 두 살배기 딸을 둔 가장이기도 하다.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만 저자가 처한 상황은 '끝난 이후에도 끝이 아니다'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언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몽롱한 고통의 시간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은 생을 '연장전'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설령 재발한다고 해도 내게는 어떤 회한도 없을 것이다. 어떤 경우가 됐든 희망과 삶을 추구하는 이 여정의 모든 순간을 즐길 것이다"라고 책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 = 얀 드로스트 지음, 유동익 옮김.

철학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냉소에 저자는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뜬구름 잡는 일"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철학적 문제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위대한 철학자들의 족적을 따라간다. 에피쿠로스, 스토아학파,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사르트르, 푸코 등이다.

각 장은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 순서로 구성되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윤리관은 바람직한 삶, 자유, 행복에 대한 질문과 그것들을 성취하는 방법을 포함한다.

저자는 이들의 철학적 관점을 소개하며 독자 스스로 그 철학자의 시각으로 공포, 기쁨, 사랑, 슬픔, 그리고 애통을 바라보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에 직접 대답하기보다는 행복에 대한 철학자들의 시각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돕는 방법을 택한다.

저자는 영국 철학자이자 작가 알랭 드 보통이 설립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인생 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문학적 재능을 지닌 철학자라는 점에서 언론으로부터 '네덜란드의 알랭 드 보통'으로 불린다.

연금술사. 552쪽. 2만원.

연합뉴스


▲ 당신 생각은 사양합니다 = 한경은 지음.

사진예술과 통합예술치료학을 전공하고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는 저자가 '착하기만 해서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해 '휘둘리지 않고 단호히 거절하는 법'을 설명한다.

'싫은 사람의 부탁도 잘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하느니 차라리 맞춰주는 게 편하다', '인정받지 못하면 쓸모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욕 좀 먹는게 죽기보다 싫다', '눈치 보느라 할 말 못하고 이불킥만 날린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잘해주고 상처받는 '착한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에게는 본능이지만 '착한 사람들'의 문제는 그 욕구가 유난히 크다는 점이다.

'착한 딸'로 사느라 짜증이 쌓이고 공허함만 깊어지는 자신에게 회의를 느끼고 심리상담을 공부하게 됐다는 저자는 본인의 이야기와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착한 사람'의 삶이 왜 이렇게 고달픈 것인지,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안내한다.

수오서재. 312쪽. 1만4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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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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