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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그림 인생 50년, 이중섭은 내게 꿈을 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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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 '인간의 몸' 그린 정복수 작가 수상

"사람에 천착해 작업 이어갈 것" 17일까지 본사 미술관서 기념전

서양화가 정복수(62)씨는 눌변이다. "인생이 무엇인지 인간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느려도 거짓 없이 말하려 한다. "그림 그려온 지 50년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작업은 시대를 사는 몸부림의 흔적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에 천착해 길이 남을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가 종이에 꾹꾹 눌러 적어온 수상 소감을 속독하자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7일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제31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 겸 수상기념전이 열렸다. 올해 수상자 정씨는 "이중섭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소년기부터 마음의 지표와 꿈을 갖게 해주신 분"이라며 "힘든 시절 자신을 지키는 법을 가르쳐 주신 그분의 이름을 딴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화가로서 더욱 열심히 살 것을 다짐합니다." 이번에 전시되는 1984년작 드로잉에 그는 이 같은 문장을 써넣었다. '누가 알아준다고 만족할 일도 아니요, 인정해준다든지 무관심하다든지에 신경 쓸 필요 없이, 비난의 소리에 찬사를 보냅시다.'

조선일보

7일 서울 조선일보미술관에서 열린 제31회 이중섭미술상 시상식에서 수상자 정복수 작가가 상패와 꽃다발을 들고 역대 수상자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황용엽·황인기·오숙환·김경인·정 작가와 그의 아내 박미정씨, 오원배·정경연·강경구 작가.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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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인간의 '몸' 하나만을 그려왔다. 과거 그의 평문을 쓰기도 했던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축사에서 "일관된 몸 담론을 펼칠 수 있었던 건 세상을 보는 눈이 일찌감치 형성된 까닭"이라며 "초창기에 비해 지금 그림은 많이 순화됐는데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관조하게 됐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몸 담론은 휴머니즘을 이야기하고 있다. 금전만능 시대에 항거하는 몸짓 아니겠느냐. 노벨상에 미술 분야가 있다면 정복수가 후보자가 돼야 한다."

지금의 정씨가 있기까지 교사로 일하며 남편을 뒷바라지해 온 아내의 공이 컸다. 객석 맨 앞자리의 아내에게 정씨가 고마움을 표하자 또 한 번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번엔 밴드 '안녕의 온도' 멤버로 활동 중인 아들 정상이(36)씨가 앞으로 나섰다. "어머니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아버지 축하드립니다. 전시 주제가 '마음의 집'이라는 얘기를 듣고 곡을 한번 써봤습니다." 아들은 콘트라베이스, 며느리가 건반을 연주했고, 동료 가수 그레이스가 허밍으로 노래를 불렀다. 아들은 "세상의 조명 없이 묵묵히 그렸던 아버지가 얼마나 힘드셨을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며 "그 마음을 가사에 담기 너무 힘들어 허밍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강경구·윤진섭·최은주 등 이중섭미술상 운영위원, 신항섭·강수미·김진하 등 심사위원, 역대 이중섭미술상 수상 작가 황용엽·김경인·오원배·정경연·오숙환·황인기·김을씨, 이중섭 조카 손녀 이지연·이지향씨, 김종규 박물관협회 명예회장,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 신양섭 화가, 최명영 홍익대 교수, 김완규 통인그룹 회장,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 각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수상 기념전은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02)724-6328, 6322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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